The Society of Fashion & Textile Industry

Current Issue

Fashion & Textile Research Journal - Vol. 22 , No. 4

[ Article ]
Fashion & Textile Research Journal - Vol. 21, No. 6, pp.717-729
Abbreviation: Fashion & Text. Res. J.
ISSN: 1229-2060 (Print) 2287-5743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19
Received 10 Sep 2019 Revised 13 Nov 2019 Accepted 14 Nov 2019
DOI: https://doi.org/10.5805/SFTI.2019.21.6.717

크리티컬 패션에 표현된 패션산업 시스템과 패션소비문화에 대한 비평적 메시지
정정희 ; 임은혁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

Critical Messages on the Fashion Industry System and Fashion Consumption Culture in Critical Fashion Design
Junghee Jung ; Eunhyuk Yim
Dept. of Fashion Design, School of Art, Sungkyunkwan University; Seoul, Korea
Correspondence to : Eun-hyuk Yim Tel. +82-02-760-0517 E-mail: ehyim@skku.edu


© 2019 (by) the authors. This article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and condition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This study defines critical fashion designs and investigate its critical messages on fashion itself. The critical messages on fashion are categorized into two major issues of a fashion industry system and fashion consumer culture. This study contributes to the understanding of meaning and value for critical fashion messages that match critical art. As the research method, this study combines a literature review and case studies and the research scope focuses on cases that have appeared in fashion media since the 2000s when social critical messages in fashion began to emerge. The results of the study are as follows. Critical designers such as Viktor & Rolf, Elisa van Joolen, Issey Miyake, and Mary Ping have delivered messages challenging the nature of fashion industry system that criticize the cycle and limitation of a fashion system and pursues changes in perception of sustainability. The critical message on fashion consumer culture articulated by designers such as Alexander McQueen, Vivienne Westwood, Hussein Chalayan, and Ricarda Bigolin & Nella Themelios insist on the formation of community while delivering a critical message on social, political, and cultural problems that raise the mechanism of social awareness through fashion design.


Keywords: critical fashion, critical message, fashion industry system, fashion consumption culture, fashion activism
키워드: 크리티컬 패션, 비평적 메시지, 패션산업 시스템, 패션소비문화, 패션액티비즘

1. 서 론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예술작품의 상품화 및 상품의 예술화로 인해 최근 패션에서는 새로운 비전과 의미를 제안하고, 새로운 프로세스와 접근법으로 사회적 · 정치적 · 문화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Pistilli, 2018). 예술계에서 패션을 오브제로 사용하고, 패션계에서도 예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면서 현대미술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례로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패션 비즈니스 시스템은 창의성과 비즈니스를 파괴하고, 끊임없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바잘리아는 타 브랜드의 디자인을 바로 상품화하여 노출하는 모방자(Copycats)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하였으며, 2016년 택배업체 DHL의 로고가 찍힌 티셔츠로 ‘패션계의 마르셀 뒤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를 통해 바잘리아는 후기 자본주의의 붕괴된 사회적 붕괴를 비판하면서 과잉 생산으로 야기되는 낭비 문제를 비난하였다.

2010년 영국 로얄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에서 열린「Aware: Art Fashion Identity」전은 오늘날 패션과 예술에서의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이 전시는 독립 큐레이터 가비 스카르디(Gabi Scardi)와 루시 오르타(Lucy Orta)가 공동 기획하였다. 전시의 목적은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를 비롯한 현대(Modern)와 동시대(Contemporary)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현재 황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 등의 패션디자이너들까지 초청해 현대 패션디자인이 얼마나 아트 시장에 근접해있고, 어떤 실험적인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시작품들은 주로 소속, 국적, 변위와 정치적 · 사회적 대립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의류를 메커니즘으로 사용하여 우리 아이덴티티의 요소들을 전달하고 드러내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는 2017년 대구미술관(Daegu Art Museum)의 첫 기획전인「판타지 메이커스: 패션과 예술(Fantasy makers: Fashion and Art)」이 개최되었다. 이 전시는 융·복합 시대의 순수미술과 패션이 만나는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로 프랑스 작가 피에르 파브르(Pierre Favre)를 비롯한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전시된 작품 중 <제 때의 한 땀(A Stitch in Time)>은 스커트를 구조화한 텐트처럼 보이는 구조물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제작해 나가는 참여미술 방식의 설치물로 전시되었다. 이 설치물은 현대미술에서 패션을 오브제로 사용하면서 최근 패션 산업의 대량 생산과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이다. 즉 오늘날 패션시스템이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커져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패션에 대한 비판적 접근방식을 보이는 크리티컬 패션에서의 패션산업 시스템을 비평하는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패션 큐레이팅과 패션디자인 측면에서 예술적이고 비평 적 접근을 시도한 해외연구(Annamari & Clark, 2018; Geczy & Karaminas, 2017; Geczy & Millner, 2015; Teunissen et al., 2014)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내 선행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크리티컬 패션에서의 패션산업 시스템의 비평적 메시지는 이전 패션에서의 사회비판적인 메시지와는 다른 접근 방식과 비평적 메시지를 보이는 새로운 특징을 보이는 바 패션산업 시스템 및 패션소비문화에 대한 비평적 메시지를 분석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크리티컬 패션의 개념 고찰 연구의 후속연구로서(Jung & Yim, 2019),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패션에서 최근 새로운 방식인 현대미술의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기존의 패션시스템에 도전하는 실천적 패션을 크리티컬 패션으로 보고 패션시스템에 관한 비평적 메시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크리티컬 패션디자인의 비평의 대상을 크게 패션의 생산과 소비로 나누어, 전자는 패션산업 시스템 관점에서 후자는 패션소비문화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패션산업 시스템 및 패션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는 패션디자인 사례를 통해 그 비평적 메시지를 밝히는데 목적을 두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새로운 전략으로서의 새로운 패션의 일면인 크리티컬 패션의 비평적 메시지가 주는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방법은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하였다. 크리티컬 패션에서 나타나는 비평적 메시지의 근원이 되는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기존 문헌과 자료를 고찰하였다. 이를 토대로 비평적 메시지의 사례 연구범위는 1990년대 개념중심의 컨셉추얼 패션 이후 사회와 패션시스템에 대한 사회비판적 메시지 중심의 크리티컬 패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두고, 다양한 패션 매체를 통해 표현된 작품, 전시 및 영상, 프로젝트 등을 통해 비평적 메시지를 고찰하였다. 비평적 메시지의 사례자료로는 문헌을 비롯하여 전시 도록, 브랜드 및 디자이너 홈페이지, 컬렉션 전문 사이트 자료를 활용하였다.


2. 이론적 배경
2.1. 크리티컬 패션: 패션에서의 비평적 메시지

현대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품화의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예술작품의 상품화와 상품의 예술화이다. 이러한 상품과 예술작품과의 상호전환은 예술의 대중화와 민주화, 상품의 다양화라는 측면과 더불어 예술의 권력화내지는 문화이데올로기를 파생시키는 면을 내재하고 있다. 이는 인간소외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일부 예술은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가 극점에 달하면서 투자 대상으로 전락하는 한편 정치적 · 사회적 기능은 현저히 약화되었다. 그에 따라 자본권력,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공동체를 구성하고 예술이 사회적 · 정치적 발언을 통해 민주적 이상 사회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대량문화인 매스 컬쳐에서 대중문화인 포퓰러 컬쳐로 변화하고 있다(Kim, 2016).

예술은 그 자체가 사회적 활동이므로 인간을 파편화된 상태로부터 전체적이고 통합된 존재의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예술은 인간이 현실을 이해하고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현실을 인간적이고 가치 있게 만들려는 결의를 증대시킨다(Choi, 1987). 미술사학자 허버트 리드(Herbert Read)의 말처럼 예술가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을 대변한다. 그리고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결코 자신의 현실을 용인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시대를 대변하는 것이 예술가의 방식이라고 밝혔다(Sim, 2001).

현대는 많은 예술가들이 특정한 근거지를 두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에 대응하고, 이를 작품 속에 실험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서 또 다른 자아(Alter Ego)를 찾아내고 있다(Joo, 2011). 이에 본 연구에서는 예술에서의 패션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 크리티컬 패션을 이해하고자 한다. 한 예로 패션을 계급과 힘의 표현으로 보는(Scardi et al., 2011),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으로 자신이 몸소 경험한 아프리칸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풍자와 비판을 통해 영국과 아프리카 문화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예술가이다. 쇼니바레의 작품 가운데 2001년 작품인「도리안 그레이(Dorian Grey)」(Fig. 1)는 작가 자신이 소설 속의 인물이 되어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소설「도리안 그레이의 초상(The Portrait of Dorian Grey)」의 영향을 받은 사진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젊고, 아름다운 백색의 외모와 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행운아였지만, 지나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으로 영혼까지 잃어버리게 된 도리안으로 표현한다. 또한 작가는 12개의 사진 시리즈를 통해 도리안 그레이의 스토리를 표현하는데, 이 형식은 1945년 알버트 르윈(Albert Lewin) 감독의「도리안 그레이」에서 영향을 받았다(Miller, 2009). 작가는 영화처럼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작품을 흑백필름의 느낌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12개의 샷 중에 유일하게 Fig. 1에서만 컬러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쇼니바레의 도리안은 초상화가 아닌 거울 속에 비친 타락한 자신을 마주한다. 작가는 기존 스토리에서 나오는 초상화를 거울로 바꿈으로써 나르시즘적 요소를 부각시키며 탐미주의에서 오는 교훈을 말하고 있다. 쇼니바레는 아름다운 백인 남성의 장애를 지닌 흑인으로의 변화를 통해 인종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댄디의 아름다움으로 잘 차려입은 쇼니바레의 모습에서 사회적 약자가 패션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후기식민주의 사회의 강자와 약자, 진정한 아름다움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Fig. 1. 
Yinka Shonibare, <Dorian Grey>, 2001.

Joo(2011), p. 535.



잉카 쇼니바레와 같은 예술가들을 두고 Geczy and Millner(2015)는 현대예술에서 예술 시스템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서,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패션으로 전이되었다고 하였다(Geczy & Millner, 2015). 이를 통해 오늘날 이러한 예술의 비평적 기능이 일부 패션으로 이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패션에서는 현대미술화의 접근 방식을 차용하는 패션 프로젝트가 빈번히 등장하는데, 런웨이를 전개하는 방식과 런웨이가 전개되는 공간을 어떤 식으로 재규정하는지, 해당 공간에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는지, 서로 상관없는 혹은 동떨어진 시공간과 주체들을 상호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오프-화이트(Off-White)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위대한 평론가이자「Ways of Seeing」의 저자 존 버거(John Peter Berger)의 2017년 서거에 맞춰 기획했던 <사물을 보기(Seeing Things)> 프로젝트와, 그 결과를 공개했던 오프-화이트의 2017 F/W(Fig. 2)에서 현대미술과의 공통점을 살펴볼 수 있다. 잉카 쇼니바레와 같이 예술에서 전유(Appropriation)는 예술에서 원본성과 전통적인 저작권에 도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허가 없이 사용하는 행위로 나타난다. 아블로 또한 존 버거의 죽음을 참조적으로 전유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새로이 갱신함으로써 그의 전략과 화술은 실험적 현대 미술가들의 방식과 닮아 있다고(Lim, 2018) 할 수 있다.


Fig. 2. 
Off-white, Seeing Things, 2017 F/W.

www.off---white.com.



이러한 사례들이 예술작품의 상품화 및 상품의 예술화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예술계와 패션계가 모두 오늘날 스마트기기와 소셜미디어에 의해 재매개된 기대 감소 시대의 세계에 비평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예술의 비판적 기능이 패션에 스며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크리티컬 패션은 소비를 목적으로 패션과 예술의 차이점을 끊임없이 붕괴시켜 동질화하고 있는 문화 산업의 통합에 저항하기 위해 기존의 패션산업 시스템에 도전하는 실천적 패션을 말한다.

2.2. 패션산업 시스템

패션은 산업·경제·문화적 활동이 결합된 산물이다. 파인과 레오폴드(Fine & Leopold, 1993), 브래엄(Braham, 1997)은 패션은 문화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며,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과도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패션은 문화산업으로서 디자인 하우스, 소재 개발, 제조업자, 소매업자, 소비자가 시공간적 관계를 맺고, 다양한 중개자들이 개입된 복잡한 상호관계의 산물이다. 패션은 내부 원동력의 결과일 뿐 아니라 문화적 중재자들과 산업관계자들의 영감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Entwistle, 2000/2013). 이렇듯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복합적 요소들 가운데 가장 분명하고 중요한 것은, 새로운 패션이 이미 유행하는 패션과 관련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패션은 불가피하게 기존 패션을 확장하고 최적화하며 논평하거나 반박한다.

패션산업이란 패셔너블한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관련된 모든 산업을 의미한다(Baik & Lee, 2009). 다시 말해 패션산업은 패션 제품의 기획, 제조, 판매의 모든 단계를 체계화해야 비로소 성립되는 산업으로, 소재 관련 산업, 봉재 가공업, 판매업 등의 유기적인 결합을 전제로 하는 하나의 시스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패션산업이란 소비자의 욕망을 채울 만큼의 가치를 지닌 상품, 패션성이 높은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산업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렇듯 패션산업은 특성상 다단계의 공정을 거치며 많은 부문들이 복잡한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으며, 그 세부 산업 요소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하나의 커다란 산업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생산에서 수요까지의 전체 과정을 포괄하는 패션산업의 총체적 체계를 패션산업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션산업 시스템은 과거에는 단순하고 수직적이었지만, 현대에서는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 복잡한 구조를 내포하게 되었으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수직적인 구조가 허물어지고 수평적인 흐름을 가지게 되었다(Joo, 2015).

이러한 패션산업은 패션디자이너들의 저항적 스타일로 도전 받고 있다. 그러나 패션산업은 충격과 논란을 흡수할 뿐 아니라 위협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보기도 한다. 한 예로 1983년 회사를 설립하고 1994년 에이즈로 사망한 프랭코 모스키노(Franco Moschino)는 1990년 S/S 시즌에 ‘패션시스템을 멈춰라(Stop The Fashion System!)’ 라는 표제로 광고 캠페인(Fig. 3)을 펼쳤다(Geczy & Karaminas, 2018). 캠페인에서는 뱀파이어처럼 분장한 모델들의 사진에 붉은 엑스자(X)가 그어져 있었다. 또한 모스키노는 ‘값비싼 재킷(Expensive jacket)’이라는 슬로건을 수놓은 재킷, 허리(Waist)와 낭비(Waste)가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으로 ‘돈의 허리(Waist of money)’라고 쓰인 벨트, 그리고 1989년에는 테디베어 펠트 천으로 만든 코트를 출시하는 등 패션 산업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그렇지만 모스키노가 모욕한 사람들은 그를 칭송했다. 심지어 모스키노는 최고 패션 에디터들의 자리에 뒤집어놓으면 소 울음소리가 나는 장난감인 무박스(Moo-boxes)를 놓아두어, 그들은 머릿속에 독창적인 생각이라고는 없는 멍청한 암소일 뿐이라고 조롱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박수갈채를 받았다(Hoskins, 2014/2016).


Fig. 3. 
Franco Moschino, Advertising Campaign, 1990 S/S.

The End of Fashion: Clothing and Dress in the Age of Globalization (2018), p. 16.



최근 들어 에카우스 라타(Eckhaus Latta)는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것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방식으로 비디오 아티스트나 설치 미술가에 가까운 비평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에카우스 라타의 창립자인 마이크 에카우스(Mike Eckhaus)와 조이 라타(Zoe Latta)는 뉴욕과 LA를, 본거지로 한 패션 브랜드이다. 이들은 2018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Installation view of Eckhaus Latte: Possessed」전시를 개최하였다. 이 설치는 패션산업의 본질에 의구심을 품는 것으로, 예를 들면, ‘섹시하고 매력적인 패션 광고는 어떤 의도를 숨기고 있나?’ ‘왜 브랜드는 이분법적으로 성별을 구분하는가?’ ‘왜 브랜드에 의해 고객의 정체성은 변화 하는가?’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한 호스킨스(Tansy E. Hoskins)는 2014년「Stitched Up: Anti-Capitalist Book of Fashion」에서 자본주의 패션시스템(Capitalist fashion system)을 비판하고 있으며 ‘후기 자본주의자(Post-capitalist)’ 패션을 제안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패션을 끝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Geczy & Karaminas, 2018).

이렇듯 패션디자이너들이 디자인, 광고캠페인, 설치, 텍스트 등을 통해 패션산업 시스템에 저항하고 있지만 패션산업은 여전히 패션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하고 새로운 패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새로운 패션이 이전 패션을 비판 하면서 하나의 디자인 영역을 이루고 있는데, 이렇게 패션을 통해 패션산업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크리티컬 패션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2.3. 패션소비문화

현대사회는 소비를 통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돌아가는 후기 자본주의 소비사회이며 생산과 소비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핵심동력이다(Yoo & Yang, 2015). 현대 소비사회에서 소비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여야 하지만 정확하게 다른 사람들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Kang, 2009). 모방성(사회화)과 함께 패션의 본질을 이루는 개성(개별화)은 신분의 계급 구분이 없는 현대사회에서는 서로 비슷한 계층들 사이에서 더욱 경쟁적으로 나타난다. 모방과 개성의 이러한 메커니즘은 패션이 작동하는 모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매크래켄(McCracken, 1988/1996)은 소비문화는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행위나 관행을 나타내는 일반적이고 분석적인 개념으로, 그 사회의 세계를 해석하고 구성하는 관념이나 활동, 즉 ‘문화’ 소비재나 소비행동에 내재되어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개념이라고 하였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문화란 개인과 집단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성하고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다. 즉 소비문화는 단순히 상품, 서비스를 소비하는 행위나 관행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인간과 집단의 행동양식,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자기 정체성의 형성과정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이에 패션디자이너들은 패션소비자들의 정체성표현을 위한 소비문화에 따른 ‘써 없애 버린다’는 뜻을 지닌 경제 용어의 소비(Consumption)에 집착하고 써 없애버릴 것을 늘 새롭게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지도 모른다.

후기 소비자본주의의 경제제일주의와 상품에 대한 과시적 소비를 일컫는 물신주의(Fetishism)는 현대사회에 문제시되는 대부분의 것들과 연관된다. 과도한 소비, 예술의 상품화, 전쟁, 환경오염, 경제적 계층화 등 타자의 삶을 짓밟을 수밖에 없는, 결과적으로 반인륜적 심각성을 가지는 다양한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행동주의 작가들은 사회비판적 선전(Propaganda) 작업을 통해 자본주의사회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병폐를 지적하고 작품으로 시각화하여 자신의 사회비판의식을 행동주의적 실천으로 옮겼다(Kim, 2016).

행동주의 즉 액티비즘(Activism)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표현 주의의 한가운데서 형성된 어떤 구체적인 경향을 정의하기 위해 쿠르트 힐러(Kurt Hiller)가 사용한 말이다. 힐러는 개인주의적 충동을 끌어내고 신계몽주의의 차원에서 심리적 반항을 실천적 · 사회적인 개혁으로 끌어올리려는 행위를 액티비즘이라 표현하였다(Kim, 2009). 일반적으로 액티비즘이란 사회운동을 포함하여 다양한 목적과 형태의 집합적 활동을 포괄한 정의라고 할 수 있으며(Kim, 2009), 참여적인 문화예술방식을 가장 적절하게 뒷받침하는 예술이념이다. 액티비즘을 지향하는 문화예술인 네트워킹은 개별자들의 창의적인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형태의 조직 구성으로 프로젝트별로 결합하는 활동방식을 필요로 한다(Gim, 2004). 즉 액티비즘은 사회, 정치, 법, 경제 혹은 환경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행 동과 집단행동은 물론 일시적인 활동과 폭력적인 활동까지도 액티비즘 전략에 포함된다.

특히 정치적 미술, 제도비판 미술, 사회주의 미술 등을 아우르던 액티비즘 예술은 1960년대 태동하여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의 사회 격변기를 지나면서, 이의를 표명하는 다양한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액티비즘 예술의 움직임은 19세기 후반부터 진행되어 온 아방가르드(Avant-garde) 미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예술적 아방가르드는 전통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통한 개혁과 쇄신, 낡은 관습적인 것에 대한 도전으로, 사회 변혁을 지향함과 동시에 특정 정치사상에 종속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예술적 아방가르드의 대표자들 또한 예술적 극단주의나 ‘실험정신’을 아방가르드 미학의 본질적 요소로 삼았다(Calinescu, 1987/1993). 액티비즘 예술은 첨예한 사회 인식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형태로 사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액티비즘 작가들은 집단으로 작업하기도하고 개인적으로 작업하기도 하는 한편, 참여라는 형식을 취하는 작업을 통해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이들은 협동적이고, 협력적인 상호 작용의 프로젝트의 양상(Foster et al., 2004/2007) 을 나타내면서 집단적으로 활동하는데, 이는 예술 운동을 조직화시켜 일종의 시민운동 같은 효율적인 실천 전략들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주의자들의 관점과 방법은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이론과 유럽 좌파 운동단체인 국제 상황주의자(SI: Situationist International)의 전략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Park, 2008). SI는 행동주의자들과 예술가 사이의 분열이 고조된 1962년까지 예술적 아방가르드로 발전했으며, 그 이후부터 조직이 와해되는 1972년까지는 정치적 아방가르드로 지속됐다. 그러나 SI는 발전하는 매 단계마다 예술과 정치를 함께 변형시키려 했다. 그 주요한 공헌으로는 소비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정치학을 고안한 것을 들 수 있다(Foster et al., 2004/2007). 상황주의자들은 2차 대전 전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사건들로부터 그 영감을 얻었던 특별한 형태의 정치적 행동주의(Political activism)와 예술을 결합한 그룹이었다. 상황주의는 공개적으로 정치적인 방식으로 예술을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소요의 촉진자로 간주했다. 예술과 사회를 함께 변형시키고자 했던 국제 상황주의는 소비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문화정치학을 고안하고 그것을 실천할 문화적 전략들을 정교화해오면서 사회비판적인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Park, 2002).

매스 미디어와 소비문화에 대해 이데올로기적 비판을 하는 대표적인 작가로는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한스 하케(Hans Haake)와 빅터 버긴(Victor Burgin) 등이 있다. 바바라 크루거와 같은 작가들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전유한 작업들을 전개하였으며, 선전과 선동을 통해 모더니즘 미술의 기득권을 박탈하려고 시도하였다(Lee & No, 2017). 그러나 이들의 작품과는 다른 관점에서 소비문화에 접근하고 있는(Granham, 2006), 실비 플뢰리(Sylvie Fleury)가 있다. 스위스의 여류작가인 실비 플뢰리는 여성의 패션과 외모에 대한 욕망과 대중소비문화와 그 상품을 소재로 작업하고 있다는 점에서 팝 아트의 후예이자 개념미술가로 불려지고 있다. 또한 플뢰리는 유명 상품과 소비문화를 고급미술의 문맥으로 끌어들이지만 중립적이거나 남성적인 팝아트나 미니멀 또는 개념미술에 흔히 여성적인 욕망이나 사치로 무시되거나 무가치하게 치부되는 것들을 덧씌워서 그들을 해체한다는 평을 듣는다(Kang, 2006). 플뢰리는 미술사나 패션계를 지배한 유수의 남성작가, 남성디자이너의 작품들을 패러디한다. 플뢰리의 패러디 방식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미술사의 이미지를 전유한 ‘패션물품’을 재전유(Re-appropiation)하는 방식에 있다(Lee, 2015). 플뢰리는 인조모피로 모노크롬 회화와 화가 몬드리안(Piet Mondrian) 작품을 개작하고(Fig. 4), 아이라이너로 그림을 그리고, 이탈리아 화가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방식인 공간의 재해석으로 캔버스를 나누고, 매니큐어로 미국의 화가 로버트 라이먼(Robert Ryman)을 흉내 내고, 미니멀 작가 존 맥크라켄(John McCracken)을 모방해서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과 케이트 모스(Kate Moss)의 키높이 패널을 인조털로 덧씌워서 벽에 세워놓기도 했다. Fig. 4는 몬드리안 그림의 몇몇 칸에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소재의 인조털을 덧대어 제작한 것으로, 이것은 몬드을 전유한 것이 아니라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 몬드리안의 그림을 패턴으로 이용한 드레스를 전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Lee, 2015). 또한 이런 제스처에 대해 큐레이터 피터 웨이벨(Peter Weibel)은 돌이나 철물 등을 통해서 정치, 경제, 윤리를 논하는 남성적 하드 사인(Hard sign)에 대비되는 깃털이나 인조모피처럼 부드럽고 하찮은 소프트 사인(Soft sign)을 제시하여 패션과 소비에 관련된 여성욕망의 허영과 비속함을 비판하는 억압적인 남성시각을 해체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하였다. 자고로 남성의 욕망은 문화로 치부되었지만 여성의 욕망은 미술에서 존재하지 않았기에 플뢰리는 여성의 욕망과 쾌락을 소프트 사인을 통해 미술로 편입시킨 것이다. 결국 패션을 미술에 끼워 넣는 이런 방식으로 플뢰리는 미술도 일종의 패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하였다(Fleury, 1993).


Fig. 4. 
Sylvie Fleury, Tableau No. 1, 1992.

Lee(2015), p. 35.



요약하면 SI는 사적 소유권의 개념을 포기하고 집단의 익명적 정체성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의 신화화, 작품의 물신화로 특징지워지는 자본주의의 예술을 부정했다. SI의 이러한 영향을 받은 사회비판적 미술은 재전유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즉 미술에서 오브제의 독점적 사용이 개방적인 허락의 의미로 바뀌면서 무차별적으로 전유되면서 오브제들은 다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앞서 살펴본 크리티컬 패션에서 예술을 끼워 넣듯 예술에서 패션을 끼워 넣는 방식을 취하면서 예술세계가 패션산업과 닮아가는 패턴과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패션에서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생겨난 패션산업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하는 크리티컬 패션을 통해 패션 소비자와 소통하고 현대 사회의 이슈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3.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비평적 메시지

본 장에서는 2장에서 살펴본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패션 산업 시스템에 대한 비평적 메시지를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도전과 패션소비문화 비판으로 나누어 대표적 사례소개 및 분석을 하고자 한다.

3.1.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도전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도전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패션산업 시스템을 재정의 하고 재조정하고자 하는 도전의 메시지이다.

패션 민주화(Democratization)에는 소비자가 트렌디한 옷을 살 수 있는 측면이 있으나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디자이너들로부터의 창조적 아이디어의 복제(Copy)가 뒤따른다. 따라서 의류제품이 싸고 잘 만들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은 빨리 버리고 더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분명히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지속적으로 무엇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 언젠가 원료가 고갈되어서, 혹은 불공정한 거래로 인해서, 또는 타당하지 않은 노동력을 쓰는 등의 이유로 생산이 멈춰지지 않는 그러한 ‘지속가능성’을 뜻한다(Nam, 2010). 따라서 지속가능의 개념은 제품의 생산, 판매 및 소비를 거쳐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패션 제품 사이클의 모든 단계에 적용된다(Kim & Na, 2015). 2013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라나 플라자(Rana Plaza) 공장 참사는 이민주화제도가 근로자들에게 얼마나 위험하고 불공평한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지속가능성과 사회 정의(Social justice)의 문제는 패션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비판(Criticisms) 중 하나로, 액티비스트들은 패션이 지속가능해지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질문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소비를 목적으로 패션과 예술의 차이점을 끊임없이 붕괴시켜 동질화하고 있는 문화 산업의 통합에 저항하기 위해 패션산업 시스템에서 주도하는 생산방식과 소비형태가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빅터 앤 롤프(Viktor & Rolf)는 실험적인 디자인과 설치로 패션계, 특히 상업적인 성장세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2008 F/W 컬렉션(Fig. 5)은 디자이너에게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계속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패션의 흐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음에 대한 경고를 표현한 것이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급한 스케줄 속에서 계속 나왔던 ‘안돼(No)’라는 말을 입체적으로 옷에 표현하였고 스테이플러를 마구 찍은 듯한 디테일은 바쁜 시간 속에 졸속으로 창조활동을 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 이 컬렉션은 우리가 꿈꾸는 미의 세계가 현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의 제기로 ‘NO(Dream On)’ 등의 단어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발표되었다. 이 컬렉션은 동일한 단어를 다른 형태로 계속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상징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 사고하도록 유도하였는데 이러한 방식은 단어의 의미보다 기하학형태의 도형으로 먼저 인식되어 표면적으로는 그 의미가 희석된 것으로 느껴지지만 반복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관람자의 지각 속에 단어가 입력됨으로써 형태보다 내용이 지배적인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Kwon, 2008).


Fig. 5. 
Viktor & Rolf, 2008 F/W.

Kwon(2008), p. 97.



빅터 앤 롤프의 2013 F/W 컬렉션 Zen Garden(Fig. 6)에서는 패션의 빠른 주기와 정신성(Spirituality) 부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오트 쿠튀르 쇼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시작되었다. 연단의 중간에 디자이너들이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처럼, 연단의 바닥은 교토의 료안 지(Ryoan-ji) 사원의 유명한 프록 가든(Frock garden)에서 영감을 받아 모래로 덮여 디자인되었다. 빅터 앤 롤프가 그 급속한 변화와 과도기를 자주 언급한 패션은 여기서 멈추어 영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Teunissen et al., 2014). 이들은 의도적으로 사회·정치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고, 더 중요한 것은 패션시스템 자체의 가정(Assumptions)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Fig. 6. 
Viktor & Rolf, Zen Garden, 2013 F/W Haute Couture.

The Future of Fashion is Now(2014), p. 124.



기존 패션산업 시스템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 원재료 및 보조재 낭비, 면화 생산 시 살충제 사용, 저임금 국가의 공장에서의 남용, 거대한 양의 의류 등은 우리가 의류를 사용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이러한 의류생산방식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엘리사 반 율렌(Elisa van Joolen)의 작품이 있다. 11” × 17”(Fig. 7)은 G-Star, Nike, O’Neil과 네덜란드 의류 브랜드 GSUS Sindustries와 같은 주요 브랜드와 Parra, Shellery Fox, Monique van Heist와 같은 소규모 브랜드의 제품을 활용하였다. 엘리사 반 율렌은 이상의 브랜드로부터 샘플, 과잉 생산품, 오래된 재고품, 아카이브 조각 등 판매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다양한 의류와 신발을 제공받았다. 그 의류들은 두 가지 새로운 컬렉션의 시작점이 되었다. 하나는 스웨터로 다른 하나는 운동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엘리사 반 율렌은 그것들을 조각으로 잘라 최고급에서 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소스의 재료, 디테일 및 마감을 결합한 새로운 조합을 만들었다. 이러한 스타일, 재료 및 브랜드의 조합은 의복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즉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패션 산업과의 상호작용으로 비평적인 대화를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Teunissen et al., 2014).


Fig. 7. 
Elisa van Joolen, 11" × 17", 2013.

The Future of Fashion is Now(2014), p. 17.



재료를 통한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로는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가 있다. 자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의 재해석을 제품에 적용한 디자이너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세이 미야케의 시선은 과거의 시점에 묶여있지 않으며 항상 미래를 향하고 있다. 이세이 미야케는 나는 과거의 일부이지만,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Terry & Avril, 2000)고 언급하였다. 이처럼 미래를 향한 그의 시선은 기술적 진보를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그 진보의 개념은 인류의 지속가능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2001년 독일 베를린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Vitra Design Museum)에서의 전시에 대한 기대감과 의의를 적은 그의 글에는 ‘환경보호와 자원보존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다. 또한 2007년부터 도쿄의 새로운 디자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21_21 디자인 사이트(21_21 DESIGNSIGHT) 공동기획 이후 그곳에서 연이어 있었던 많은 전시테마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세이 미야케의 의지를 확실히 읽을 수 있다.

이세이 미야케의 재활용 메시지를 담은 실천적 의지는 더욱 실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타나는데, 2010년 11월에 있었던 새로운 라인 ‘1325. Issey Miyake’(Fig. 8)의 출범이 이를 보여준다. 이 라인은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하여 입을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한 장의 천으로 접혀져 있던 구조가 인체에 입혀지면서 기존의 의복패턴에 의미 있는 창조적 도전을 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라인의 제품들이 일본의 대표적 화섬기업 데이진(Teijin)사에서 개발한 재활용 PET 제품으로부터 만들어진 섬유이거나, 혹은 기타재활용 섬유와의 합성원단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착용감까지 우수한 데이진사의 신소재는 폴리에틸렌수지로부터 분쇄-용해-방적에 이르는 단계를 밟아 만들어지는 화학적 재활용소재로서, 더 이상 유한한 화석염료에 의존하지 않는 소재를 활용하고자했던 이세이 미야케의 의지에 적절하게 부응한다(Lee, 2012)고 볼 수 있다.


Fig. 8. 
1325. Issey Miyake, 2010.

Lee(2012), p. 175.



이와 더불어 메리 핑(Mary Ping)은 제품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재료를 통해 지속가능한 제품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Teunissen et al., 2014).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중국배경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미국 레이블 슬로우 앤드 스테디 윈즈 더레이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를 통해 제작과정이 이야기의 일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메리 핑에 따르면 패션은 디자인 측면에서 보기 좋게 표현되어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비싸고 호화로운 물질은 이 아이디어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메리 핑은 럭셔리 패션브랜드의 신분상징을 나타내는 가방을 모방하는데 있어 그 형태를 유지했지만 독점적인 가죽과 금속 장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값싼 캔버스와 철물점의 저렴한 패스너를 대신 선택했다. 메리 핑의 메시지는 패션에서 비싼 재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원단으로 만든 재미있는 디자인에 관한 것이었다. 메리 핑의 Slow and Steady 컬렉션인 Bags collection No. 3(Fig. 9)은 100개 한정판인 샤넬(Chanel), 디올(Dior), 그리고 발렌시아가(Balenciaga)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 백을 순백의 캔버스에 복제하였다. Fig. 9는 그녀가 2003년 발렌시아가 모터사이클 백을 재해석한 것으로 인기 텔레비전 시리즈인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에피소드 초반에 등장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메리 핑은 오가닉 코튼을 주로 사용하는 디자이너 나탈리 채닌(Natalie Chanin)처럼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치인 3,500개로 한도를 수정했다(Teunissen & Brand, 2013). Collection No. 19에서는 럭셔리 상품과 디자인에 예술가 실비 플뢰리의 럭셔리 브랜드 액세서리의 소비에 대한 비평을 다루기도 했다(Geczy & Karaminas, 2018).


Fig. 9. 
Mary Ping, Bags collection No. 3, 2002.

A Fashion Odyssey: Progress in Fashion and Sustainability(2013), p. 118.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빅터 앤 롤프는 자본주의의 총아로 일컬어지는 패션산업의 상업성에 대해, 그리고 엘리사 반율렌은 의류제품 생산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였고, 이세이 미야케는 새로운 의류소재와 구조의 연구를 통해, 그리고 매리 핑은 업사이클링을 통해 패션산업의 지속가능성에 관해 고민하였다. 이들은 제조 및 생산, 커뮤니케이션을 아우르는 기존 패션산업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여 비평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상의 패션산업 시스템의 본질에 도전의 유형에서 의류 생산방식과 소비형태, 즉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도전하는 디자이너들은 패션시스템의 주기와 제한성 및 패션산업 시스템의 미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들 디자이너들은 대형 패션 브랜드, 패션쇼 및 패션 매거진에 의해 제공되는 환상에는 관심이 없다. 크리티컬 패션디자이너들은 비판과 도전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위한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2. 패션소비문화 비판: 패션액티비즘

패션소비문화 비판 즉 패션액티비즘은 디자이너들의 패션과 의류 프로젝트가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데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패션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패션산업에 존재하는 다양한 실천들(Practices)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생산과 소비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실천을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패션과 소비의 관계는 지속가능의 궁극적 목적과 상충되지만,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의해 소비가 조장되고 제품들은 노동력과 자원을 부당하게 활용하며, 환경 영향을 증대시켰다. 패션 주기와 트렌드는 고도의 개인적 자원 낭비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탐욕에 기인한다. 우리는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즐거움, 새로운 경험들, 사회적 지위 그리고 정체성을 위한 욕망을 채워왔고, 그 중 다수의 구매 대상은 의류였다. 그 이유는 인간이 가진 끊임없는 욕망과 소비욕구 때문이며, 특히 새로운 상품들이 제공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욕망과 소비욕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Fletcher, 2008/2011).

이러한 패션소비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패션 액티비즘을 실천하는 디자이너들은 패션과 의류 프로젝트가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데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특정 대상 그룹 또는 소비의 해방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최근까지는 설치 미술가인 바바라 크루거와 헬리오 오이티시카(Hélio Oiticica)와 같은 예술가들이 이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패션디자이너들은 패션과 의류의 근본적인 문화적 가치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중요한 방법으로서 패션과 의류의 사회적 · 정치적 영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Teunissen et al., 2014).

예를 들어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은 패션산업의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2009 F/W 컬렉션 <The Horn of Plenty>(Fig. 10)에서 디올을 대표하는 뉴룩(New look)의 하운드투스 패턴과 샤넬의 트위드 수트를 패러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컬렉션 무대에는 타이어, 의자 등 폐품들이 잔뜩 쌓여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폐품을 이용한 머리장식과 액세서리를 착용한 기괴한 분장을 한 모델들이 등장했다. 맥퀸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특징적인 두 개의 브랜드 디자인을 패러디함과 동시에 쓰레기로 만들어진 옷들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럭셔리 브랜드 제품들과 소비주의적인 20세기 말의 고위층들의 모습을 광대분장을 한 모델들을 통해 풍자했다. 이러한 컬렉션들은 패션계의 상업적인 사이클에 대한 즉, 자본주의 아래 놓인 패션산업의 현실을 드러내고 이를 개혁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외침이라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패션계를 넘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본이 지닌 절대 권력의 현실에 대한 메시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Fig. 10. 
Alexander McQueen, <The Horn of Plenty>, 2009 F/W.

Art/Fashion in the 21st century(2013), pp. 50-51.



비비안 웨스트는 2018년 로타 터커(Lorna Tucker) 감독의 영화「Westwood: Punk, Icon, Activist」에서 운동가(Activist)로 소개된 바 있다. 디자이너 겸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제시했던 것은 자신과 사회에 대한 믿음에 의문을 품는 사회적 반향 매커니즘으로서 패션이었다. 웨스트우드와 맥라렌(McLaren)은 상황주의 태도에 이끌려 1976년 ‘The Bondage’ 컬렉션에서 ‘Destroy T-shirt’를 발표하면서 그라피티를 사용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Jeong, 1995). 그들은 이 티셔츠를 통해 종종 우파 정치를 사보타지(Sabotage)하기 위해 사용한 제도적 상징들과 결합된 반전된 예수 이미지, 잘려진 머리를 가진 여왕을 묘사한 우표, 나치 마크인 스와티카(Swastika)등을 표현했다(Geczy & Karaminas, 2017).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상황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 의해 부여된 망상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변화(Dérives)라고 부르는 전략을 고안했다. 이 전략은 정치적 과정과 예술적 퍼포먼스의 혼합이며 그 목적은 사람들의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에 대한 그들의 인식에서 전용(Détournement)이나 급격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었다(Geczy & Karaminas, 2017). 다시 말해 상황주의자들의 전략인 전용은 기존의 문화적 요소들에 대한 창조적 전유(Appropriation)와 재조직화를 말한다(Park, 2002).

또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정치적인 표현의 매체로서 패션을 이용하는(Jeong, 1995) 대표적인 디자이너이다. 웨스트우드는 온라인 청원 프로젝트인 100 Days of Active Resistance(2010)와 관련해 미국의 청바지 브랜드 Lee Jeans와 협력했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들에게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한 행동을 호소하는 웨스트우드의 청원에 응답하는 예술작품, 슬로건 또는 사진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같은 해 Planet Gaia(Fig. 11)라고 명명된 웨스트우드의 2010 S/S 컬렉션에서의 펑크스타일은 지구를 구하기 위한 행동에 대한 호소였으며 적극적인 저항의 일환으로 대량 패션시스템의 질서에서 벗어난 DIY(Do-It-Yourself)전략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DIY는 오래된 옷을 가지고 새 옷을 다시 만드는 리폼 개념으로 이해되는데 리폼을 하는 행위는 사실상 정치적이며, 리폼은 의복이 가진 의미들을 다시 프로그램화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패셔너블한 이미지가 ‘무미건조’해지면 다시 패션시스템으로 되돌리는 ‘반 소비주의적인 행위’인 것이다(Fletcher, 2008/2011).


Fig. 11. 
Vivienne Westwood, Planet Gaia, 2010 S/S.

www.vogue.co.kr.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패션디자인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기 시작하여 ‘적게 사고, 잘 골라, 오래 입자’는 철학을 패션에 반영했다. 웨스트우드는 영국 정부의 셰일 가스(Shale gas) 개발 사업이 야기시키는 환경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시위에 참가하고,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2016 S/S 컬렉션(Fig. 12)에서 정치적 저항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Lim, 2016). 웨스트우드는 지구의 환경 보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그린피스 활동에 합류해 남극해 보고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등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정치적 · 사회적인 문제에 대항한 시위에 참여하며, 디자인에도 이러한 저항의 표현을 과감하고 파격적으로 반영시키고 있다.


Fig. 12. 
Vivienne Westwood, 2016 S/S.

www.fashion.com.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은 정치적 정체성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디자이너로 초기 패션 설치작업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런던의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에서의 <I Am Sad Leyla>(Fig. 13)설치의 필름 작품 또한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 형식으로서의 퍼포먼스를 포함하여 모두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디오, 영화, 조각, 그리고 음악적 표현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설치는 음악을 문화적인 형태로 탐구하여 터키의 가장 성공적인 여성 가수 중 한명인 세르타브 에레네르(Sertab Erener)가 오토만 오케스트라(Ottoman orchestra)와 함께 연주하는 신체적 경험을 창조해내었다. 1974년 자국의 키프로스(Cyprus)가 빼앗긴 이래, 샬라얀과 그의 가족은 터키 군대가 개입하면서 영국에서 추방당했다. 이로 인해 샬라얀은 패션과 예술을 ‘이미 존재하는 어떤 것의 틀’을 위한 장치로써 이용했다(Aspden, 2010). 자신의 출신배경과 연결하여 문화적 문제의 틀을 창조하는 샬라얀의 접근은 패션을 통한 민족 정체성 연구를 하는 젊은 세대 디자이너들에 도움이 되었다(Geczy & Karaminas, 2012). 이와 같이 샬라얀은 완성된 제품이나 예술 작품보다는 아이디어의 우위를 패션 설치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그는 동시에 작품 자체의 자료보다는 메시지의 표현에 더 관심이 있는 설치 예술가들의 조형기법으로 다양한 매개와 재료를 사용하여 패션의 창작성을 더욱 돋보이게 변화시켰다.


Fig. 13. 
Hussein Chalayan, I Am Sad Leyla, 2010.

www.lissongallery.com.



정치적, 행동주의적 경향의 전시회에서 보이는 다른 패션 프로젝트의 경우, 비평은 주로 소극적인 소비자를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소비자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통 이러한 종류의 프로젝트는 크리티컬 패션 디자이너에 의해 시작된다. 예를 들어, 기부된 의류를 업사이클링(Up-cycling)하고, 디자이너가 옷을 버리는 대신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수리 작업장(Repair workshops)을 설치하기도 한다(Otto von, 2008). 점점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감독이 되고 행동주의자 역할을 맡는 이런 종류의 패션 프로젝트가 사회적 응집력과 평범한 시민의 참여 능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며, 동시에 그들은 소비주의와 메가 브랜드의 파워를 무너뜨리고자 한다.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는 리카르다 비골린(Ricarda Bigolin)과 엔넬라 데멜리오스(Nella Themelios)는 수많은 크고 작은 브랜드를 위해 일하면서 의류를 넘어선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인 <Brand Delusions>(Fig. 14)을 통해 ‘브랜드란 무엇인가? 의류는 어떻게 생산되며, 그것의 예술적 가치는 특정 브랜드의 모든 징후와 생산물속에서 어떻게 전달되나?’ 등의 질문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메가 브랜드의 상업적 메커니즘을 연구하며 공연, 설치, 영화 및 전시회를 사용한다(Teunissen et al., 2014). 이들은 일련의 행동주의 설치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브랜드 정체성의 다른 측면을 인식하도록 하는데, 가짜 상업 브랜드인 D&K(Dolci & Kabana)라는 이름으로 Brand Illusions(2012) 및 브랜드의 한계를 시험하는 설치인 Hardly Brand-Softer Sell(2014)을 개발했다. 이 설치는 쇼와 캠페인을 통해 화려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 제품을 구매했을 때는 의류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리고 캠페인의 마력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실망하기도 한다. 이 설치는 패션쇼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이상적이며, 건설적인 순간부터 그들의 피할 수 없고 실망스러운 판매 상품으로의 확산 과정의 어색한 ‘현실’과 잔인한 ‘진실’에 주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방법으로 이들은 브랜드가 제기하고 있는 기대와 실제 의복 사이의 불일치를 밝혀 소비자가 생산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갈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새로운 가치에서 상상력은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운동에서와 같이 제품과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된다(Otto von, 2008).


Fig. 14. 
D&K, satin stuck T-shirt dress, 2013.

The Future of Fashion is Now(2014), p. 174.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알렉산더 맥퀸은 여성을 구속하는 패션산업의 인습적인 권력을 비판하고,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는 메커니즘으로서 패션을 통해 반소비주의적 메시지를 표현하며, 후세인 샬라얀은 착용자의 정치적 정체성의 도구로서의 패션디자인에 주목했고, D&K의 리카르다 비골린과 엔넬라 데멜리오스는 패션소비의 상업적 메커니즘에 반기를 들고 행동주의적 태도를 드러내었다. 이들은 패션 액티비즘의 양상으로 패션소비문화에 관련된 정치와 커뮤니티 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크리티컬 패션디자이너들은 자국의 정체성을 표현하면서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사회 · 정치 · 문화적인 문제들에 대한 비판으로 사회적 반향의 메커니즘으로서의 비평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동체에서 형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관계의 인식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상의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도전과 패션소비문화를 비판하는 크리티컬 패션디자이너들의 비평적 메시지를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Table 1. 
Messages and meanings of critical fashion design
Message Meaning Critical designer Presentation methods Cases
Challenging fashion industry system Critical attitudes against the perception of fashion industry system Viktor & Rolf
(Netherlands)
Criticism of the commercial growth of fashion industry
Elisa van Joolen
(Netherlands)
Problems in the way apparels are produced
Issey Miyake
(Japan)
Sustainability concerns in materials and structure
Mary Ping
(USA)
Sustainable product making processes through materiality
Criticism on fashion consumption culture: Fashion activism Critical messages on the perception of human relations (community) Alexander McQueen
(UK)
Criticism on the power of the fashion industry
Vivienne Westwood
(UK)
Fashion as a society-echoing mechanism
Hussein Chalayan
(Cyprus)
Problem of political identity
D&K (Ricarda Bigolin & Nella Themelios)
(Australia)
The essence of brand and commercial mechanism


4. 결 론

본 연구는 크리티컬 패션 개념(Jung & Yim, 2019)에 대한 후속연구로서, 패션산업 시스템의 본질과 패션소비문화에 대한 비평적 메시지를 분석한 연구의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비평을 하는 패션디자이너들은 패션에 예술과 정치를 연결하면서 오브제를 전유하는 접근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즉 크리티컬 패션은 최근 현대미술에서의 작품화하는 방식을 닮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예술의 비판적 기능이 스며든 패션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비를 목적으로 패션과 예술의 차이점을 끊임없이 붕괴시켜 동질화하고 있는 문화 산업의 통합에 저항하기 위해 기존의 패션산업 시스템에 도전하는 실천적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패션시스템은 패션에 관한 컨셉 및 패션의 현상을 생산하고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패션의 변화를 지탱하는 제도적 시스템을 말한다. 다시 말해 패션을 만드는 것에 공헌하는 모든 사건과 실천, 공급자, 조직, 그룹, 기관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패션을 문화적 · 사회적 맥락 및 구조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패션에 관련된 모든 활동에서는 패션시스템 안에서의 참 여자들에 공통된 합의가 이루어질 때 패션의 가치가 창출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고찰한 크리티컬 패션에 표현된 비평적 메시지들은 패션시스템에 도전하며 패션의 가치를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크리티컬 디자이너들이 기존의 패션시스템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의 시각과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까지 나아가고 있었다. 즉 패션시스템의 주기와 제한성 및 패션산업 시스템의 미래에 대해 비판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패션시스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패션소비문화에 대한 비평적 메시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겨난 패션산업 시스템의 문제를 크리티컬 패션의 형태로 표현하였다. 다시 말해 이들은 사회 · 정치 · 문화적인 문제들에 대한 비판으로 사회적 반향의 메커니즘으로서의 비평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공동체 형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관계의 인식변화를 주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크리티컬 패션은 자기인식과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패션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기존의 패션소비문화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새로운 미학과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이너들은 패션시스템, 과잉 소비에 대한 강박, 브랜드 아이덴티티 및 지역 정체성과 같은 개념을 비판하지만, 패션에 새로운 가치들을 부여하고 있었다. 패션은 문화의 중심이며 인간관계, 미적 욕구, 정체성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도덕적·환경적 이슈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사회적 · 생태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한 오늘날 패션은 패스트패션과 글로벌화에 불안감, 또래 집단의 압력, 소비지상주의 그리고 동질화 현상을 만들었다. 따라서 이를 고민하는 패션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생산, 소비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 과 인간, 인간과 환경의 본연적 관계를 복구하고자 하는 슬로우 패션운동을 통해 가능하면 많은 로컬 재료를 사용하여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직행하는 순환 경제를 설정하여 패션생산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즉 패션 제품 자체가 새롭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획득하여 그 수명이 한 시즌의 수명을 넘어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티컬 패션디자인의 대상으로 이상에서 고찰한 패션산업 시스템과 패션소비문화에 관한 이슈 외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체미와 물질성 등에 관한 이슈가 있겠으나 본 연구의 범주에는 포함시키지 못한 것은 본고의 제한점이라 하겠다. 이에 후속 연구로 동시대 패션에서 재정의되고 있는 인체미와 해체적인 물질성 및 경험에 관한 크리티컬 패션디자이너들의 표현 방식을 분석하는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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