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iety of Fashion & Textile Industry
[ Article ]
Fashion & Textile Research Journal - Vol. 22, No. 3, pp.296-309
ISSN: 1229-2060 (Print) 2287-5743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Jun 2020
Received 20 Mar 2020 Revised 16 Apr 2020 Accepted 04 May 2020
DOI: https://doi.org/10.5805/SFTI.2020.22.3.296

플럭서스 관점에서 본 캐롤 크리스찬 포엘(Carol Christian Poell)의 작품세계 :백남준의 퍼포먼스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홍준영 ; 전재훈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Carol Christian Poell’s Art Works from a Fluxus Perspective :Focused on the Comparison with Nam June Paik’s Performance
Junyoung Hong ; Jaehoon Chun
Dept. of Textiles, Merchandising and Fashion Design,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Correspondence to: Jaehoon Chun Tel. +82-2-880-8604, Fax. +82-2-875-8359 E-mail: kingkem2@snu.ac.kr

© 2020 (by) the authors. This article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and condition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Carol Christian Poell is a designer famous for experimental designs and presentations. Poell's actions in the fashion-world resemble Fluxus, an anti-art group that started working in the 1950s. This study analyzed the works of Poell based on the characteristics of Fluxus and then compared the works of Poell with the performance of Nam June Paik, a Fluxus artist. We conducted literature studies and case studies. We examined the works of Poell and Paik based on the four characteristics of Fluxus: iconoclasm, unity of art and life, playfulness and chance. The results were as follows. First, they were engaged in anti-aesthetic works. While Paik concentrated on the content aspect of works, Poell was more focused on formal aspects. Second, neither of them distinguished between art and life. Paik achieved it by including audiences in his works; however, Poell attained it by adopting daily spaces as a place to display presentations and use ready-made forms. Third, they showed playfulness with a satirical nuance. Paik expressed it in an erotic way; however, Poell implied it through the irrational settings of circumstance. Finally, they created works by utilizing chance. Paik focused on auditory elements and the content aspects of works; however, Poell used the coincidence of visual and tactile elements when creating his works. This study compared the works of Poell with Paik and has its significance in its usefulness to understand designers with Fluxus characteristics in the fashion industry.

Keywords:

fluxus, Carol Christian Poell, Nam June Paik, iconoclasm

키워드:

플럭서스, 캐롤크리스찬포엘, 백남준, 우상파괴주의

1. 서 론

2003년 6월 25일 밀라노의 나빌리오(Naviglio) 운하에서 시체를 연상시키는 모델들이 수류를 따라 흘러 내려왔다. 이는 제대로 구성된 런웨이의 모델 워킹이 아닌 실험적인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본인의 옷을 선보인 캐롤 크리스찬 포엘(Carol Christian Poell)의 프레젠테이션 방식이었다. 포엘은 2004 S/S 컬렉션 “Mainstream-downstream”을 통해서 자신의 미적 특성을 프레젠테이션에 녹여냄과 동시에 주류 패션 전반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하였고, 2019년에는 “Dead-end” 이후 약 10년 만에 “In-between” 컬렉션을 선보임으로써 아방가르드 패션의 바이어와 프레스는 물론 마니아층의 이목을 끌었다.

포엘은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실험적인 형태의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1960년대부터 공식적으로 예술계에 진입한 플럭서 스(Fluxus)의 여러 특성을 보여주었다. 플럭서스는 ‘흐름, 끊임 없는 변화, 그리고 움직임’을 의미하는데, 기존의 전통 예술 개념이나 인식에 반기를 들면서 예술 영역의 확장을 이끌어냈다(Kim, 2011). 플럭서스는 글자 그대로, 뚜렷한 원칙이나 특정한 방법론을 내세우지 않고(Kim, 2007), 예술 장르의 범주를 확실하게 해체함으로써 예술과 현실 사이의 융합을 꾀하는 일종의 ‘총체 예술개념’을 지향하는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장르와 장르, 매체와 매체 간의 복합이라는 인터미디어를 양식적으로 정립시킴과 동시에, 예술과 삶의 통합을 지향하면서, 어렵고 난해한 예술이 아닌 생활 속의 예술을 실천하였다(Lee, 2002). 여기서 인터미디어란 ‘서로 다른 감각을 사용하는 예술 장르의 중간’, 혹은 ‘예술과 일상’의 결합을 의미하는 플럭서스의 주요 개념이다(Lee, 2014). 한편, 플럭서스의 창립 구성원인 백남준은 “플럭서스 국제 신음악 페스티벌(Fluxus Internationale Festspiele Nusester Musik)(1962)”의 퍼포먼스를 기획하면서 뛰어난 조직력과 연출력으로 플럭서스의 공식적인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첫 공연에서부터, 그는 이미 자신의 이상과 예술철학, 그리고 새로운 예술의 방향성에 대한 견해가 확립되어 있었으며, 플럭서스 공연 멤버들이 백남준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진술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그 당시 플럭서 스 공연의 중심인물이었다(Cheon, 2011).

1962년 비스바덴에서의 공식적인 탄생 이래 플럭서스는 창립 60주년이 2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에 맞추어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도 그의 16가지 작품을 소개하는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 전시를 2019년에 시작하여 2020년 2월에 막을 내렸다. 해당 전시는 본격적으로 미디어 아트 장르로 전향한 이후의 백남준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지만, 미디어 아트의 밑바탕이 되는 철학적 사고나 행동주의적 강령이 플럭서스라는 점은 명백하기에,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 데에는 플럭서스에 대한 높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Jin, 2012).

포엘의 프레젠테이션은 자체가 플럭서스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플럭서스의 퍼포먼스와 닮아있다. 2001년의 한 인터뷰에서 그는 본인이 만드는 옷은 의류의 개념과 동떨어진 것들이 많으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패션쇼보다는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 즉, 의류라기보다는 조형예술을 떠오르게 하는 피스들, 행위 예술을 연상케 하는 그의 프레젠테이션, 2011년 ‘리프트 갤러리(Lift Gallery)’에서의 “Dead-end” 컬렉션 전시, 2014년 광주 비엔날레에서의 “Squartter” 출품 등을 살펴보면, 그는 단순한 안티(anti) 패션 디자이너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라 판단된다. 특히, 정형화된 기존의 규칙에 반하는 반(反)미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백남준과 포엘은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본 연구는 포엘이 지닌 아방가르드 디자인 철학과 프레젠테이션의 구성을 백남준의 플럭서스 퍼포먼스와 비교하였다. 선행연구들 중에는 패션쇼에서 드러나는 플럭서스 특성을 분석한 것들이 있으나, 이들은 플럭서스의 퍼포먼스적 측면만을 다루었다.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가레스 푸(Gareth Pugh) 등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디자이너를 선정하여 컬렉션에서 드러나는 작품의 패션디자인적 특성을 규명한 연구(Nam & Kim, 2011), 그리고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알렉산더 맥퀸, 후세인 샬라얀(Hussein Chalayan)의 컬렉션에서 나타나는 플럭서스 퍼포먼스의 특징을 비교 분석한 연구가 있었다(Song, 2015). 이에 본 연구는 포엘의 디자인과 프레젠테이션 방식에 대해 플럭서스 특성을 적용하여 분석해봄으로써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이어 플럭서스 예술가인 백남준과의 비교를 통하여 양자의 작품에 내재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해 보았다.

본 연구는 우선 백남준이 속해있던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 그룹인 플럭서스의 기원과 전개 과정을 고찰하고, 여러 인물들에 의해 정립된 플럭서스의 특성을 정리한 후 백남준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이어서, 디자이너 포엘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의 작품 디자인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그의 디자인 특성과 미학적 토대를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선행 연구자인 Lee(2002)이 제시한 플럭서스 특성을 백남준과 포엘의 작품 사례에 적용시켜 두 예술가의 작품을 분석하고, 그들의 작품에 플럭서스 특성이 구현되는 방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규명하였다.

연구 방법으로는 문헌연구와 사례연구가 시행되었다. 관련 서적 및 논문을 통해 플럭서스의 기원과 전개과정을 알아보고, 딕 히긴즈(Dick Higgins), 켄 프리드만(Ken Friedman), 그리고 김홍희의 세 사람의 연구 내용을 종합한 이근용의 플럭서스 특성을 본 연구의 분석 틀로 하여 포엘과 백남준의 작품 사례들을 분석하였다. 또한, ‘그레일드(Grailed)’를 포함한 각종 온라인 매거진의 포엘 관련 기사, ‘잉크(Ink)’, ‘라자리(Lazzari)’ 등의 해외 유명 편집 매장 사이트, 유튜브 및 핀터레스트의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포엘의 성장 배경, 디자인 철학, 그리고 작품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사례 분석의 자료로는, 포엘의 경우, 디자인 40여 점과 2000년부터 2014년까지의 6회의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사용되었고, 백남준의 경우, ‘프로토 플럭서스(초기 플럭서스)’ 시기를 중심으로 1962년 9월 이후 공식적인 플럭서스 활동까지의 총 6개의 작품이 연구의 분석 자료로 사용되었다.


2. 이론적 배경

2.1. 플럭서스(Fluxus)의 기원

플럭서스는 실험정신을 추구하는 1960년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어난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아방가르드 미술운동 중 하나이다(Lee, 2006). 플럭서스라는 명칭은 창시자인 조지 마키우나스(George Maciunas)에 의해 명명되었으며, 1961년 3월 뉴욕의 AG 갤러리에서 열린 공연의 초대장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Kim, 2014). 플럭서스는 그 용어 자체가 암시하듯 하나의 이념이나 예술 사조에 국한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정신과 아이디어를 의미한다(Kim, 2007). 플럭서스 예술 작품에서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의 구분은 의미가 없으며, 어떠한 유형적인 결과물이 남지 않더라도 순간의 감각적 경험을 준다면, 충분한 예술적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된다(Woo & Jung, 2012). 단어가 지닌 흐름, 끊임없는 변화 등의 의미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듯이 플럭서스의 성격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란 불가능하다. 즉, 특정 이념에 따라 예술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플럭서스라는 조직을 통해 개별 작가들이 그들만의 탄력적이고 독창적인 예술활동을 전개하였기 때문에 미술사의 다른 사조들처럼 생명을 다하지 않고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다(Lee, 2002). 플럭서스의 창시자인 마키우나스는 플럭서스 선언문을 작성하는 등 플럭서스를 다른 예술 장르와 구별해주는 기준을 규정하려 했으며, 그의 기준에 따라 플럭서스 예술가의 명단을 작성하려고도 하였지만, 자유를 추구하는 플럭서 스 예술가들에 의해 이는 거절당했으며, 플럭서스에 대한 그의 직접적인 통제는 실패하였다(Wilmer, 2017).

1950년대에 예술계는 추상표현주의 사조를 겪고 있었으며, 지나친 형식주의에 대해 반발하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플럭서스는 다다(Dada)에 뿌리를 두고 있다(Yoo, 1992). 다다의 플럭서스에 대한 영향력은 1962년 독일의 부퍼탈(Wuppertal)과 뒤셀도르프(Dusseldorf)에서 진행된 플럭서스 공연의 이름에 ‘네오-다다’라는 명칭이 들어있는 데서도 알 수 있으며, 다다가 가진 예술적 특징, 즉, 반예술에 근거한 비결정적인 예술, 우연적인 예술, 그리고 작가와 관객의 구분을 없애는 삶과 예술의 통합과 같은 특징이 플럭서스에서도 구현된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Lee, 2002). 다다가 플럭서스의 정신적, 그리고 철학적 기반을 닦아 주고 예술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면, 실험음악가인 존 케이지(John Cage)는 철학자이자 예술가로서 플럭서 스의 구성원들의 예술적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을 준 교육자의 역할을 했다(Kim, 2007). 그는 1957년부터 1959년 사이의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의 ‘실험음악 작곡’이라는 강의를 통해 조지 브레히트(George Brecht), 딕 히긴즈(Dick Higgins), 그리고 잭슨 맥 로(Jackson Mac Low)와 같은 플럭서스 중심 인물들을 배출하였고, 다름슈타트(Darmstadt)하기 강좌를 통해 백남준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Rothman, 2015). 케이지는 새로운 소리를 찾는 데 집중했던 작곡가였으며, 전통적인 악기의 음과 다른 음향들 사이의 차이를 해소하려 하면서, 음악가가 만들어내지 않은 우연적인 소리, 그리고 소음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생각했다(Cheon, 2011). 또한, 그는 다다처럼 우연에 기반을 둔 작품활동을 하였으며, 소음이나 침묵을 음악의 소재로 삼는 등 기존의 음악에 반하는 예술활동을 전개하였다. 이처럼 다다의 반예술적 경향과, 케이지의 우연성과 비결정성에 입각한 ‘삶의 연장으로서의 예술’의 계보를 이어가는 플럭서스는 예술에 대해 부정과 비판의 기능을 담당하는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Jung & Lee, 2011). 즉, 플럭서스는 기존 예술의 형식적 허구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아방가르드 운동으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며, 한 장르의 예술에 국한되기보다는 총체적인 예술로 관객과 지속적인 상호관련성을 지니며 전개되었다(Heo, 2009).

2.2. 플럭서스의 전개과정

플럭서스라는 이름은 1962년 비스바덴(Wiesbaden)에서 열린 페스티벌을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전부터도 뉴욕과 독일을 중심으로 플럭서스 감수성을 가진 많은 예술가들이 프로토 플럭서스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Kim, 2007). 대표적인 뉴욕의 프로토 플럭서스 공연으로는, 1960년 겨울부터 1961년까지 열린 라 몬테 영(La Monte Young)과 오노 요코(Ono Yoko)가 기획에 함께 참여하여 오노의 맨해튼(Manhattan)의 챔버스 가의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Chambers Street Series”가 있었다. 플럭서스 멤버들의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인 케이지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오노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면서 “Chambers Street Series”는 플럭서스의 모태가 되었다(Woo & Jung, 2012). 리차드 막스필드(Richard Maxfield), 시몬 포티(Simon Forti) 등 뉴욕 전위 예술가 다수가 참여한 시리즈 공연은 약 7개월가량 지속되었으며, 다양한 퍼포먼스와 설치미술을 선보였다(Rhee, 2003). 또한, 마키우나스는 그 해에 매디슨 가(Madison Street)에 AG 갤러리를 오픈하였고, 전위 음악가, 화가, 그리고 시인들과 일련의 공동 콘서트를 개최했다(Joe et al., 2011).

독일에서는 1950년대 초반부터 독일의 음악가 칼하인츠 스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을 중심으로 실험음악 연구가 진행되었다. 당시 그의 문하생으로 있던 라몬테 영과 백남준을 중심으로 한 다름슈타트 서클은 음악, 시, 연극 등을 통합한 종합예술을 기획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에멋 윌리엄스(Emmett Williams), 볼프 포스텔(Wolf Vostell), 벤저민 패터슨(Benjamin Patterson) 등이 합류하면서 이들은 ‘쾰른의 전기 플럭서스’로 불리게 되었다(Hannah, 2002).

1961년 마키우나스는 독일을 방문하여 백남준의 소개로 스톡하우젠을 만나면서 전위음악 공연에 초청을 받았고(Rhee, 2007),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1962년 6월에 두 개의 중요한 프로토 플럭서스 공연을 기획하였다. 부퍼탈의 롤프 야링스 갤러리 파르나스(Rolf Jahrlings Galerie Parnass)에서 열린 “작은 여름 페스티벌: 존 케이지 이후(Kleines Sommerfest : Apres John Cage)”에서 마키우나스는 준비한 텍스트인 “음악, 영화, 시, 그리고 미술에서의 네오다다”를 낭독하였고, 히긴스, 패터슨 등에 의한 음악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뒤셀도르프의 카머스필레(Kammerspiele)에서 백남준은 “음악 안의 네오다다(Neo-Dada in der Musik)”를 공연하였다. 백남준은 바이올린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포함하는 다양한 액션 뮤직을 선보였고, 마키우나스, 포스텔, 패터슨, 토마스 슈미트(Tomas Schmit) 등에 의한 플럭서스 작업과 퍼포먼스도 그의 공연과 함께 펼쳐졌다.

1962년 9월에는 플럭서스를 널리 알리게 된 역사적인 공연이 열렸다. 비스바덴에서 4주동안 열린 “플럭서스 국제 신음악 페스티벌”은 플럭서스라는 명칭이 사용된 최초의 공식적인 페스티벌이었다. 백남준, 마키우나스, 오노, 필립 코너(Philip Corner) 등을 포함한 플럭서스 예술가 9명이 참여하여 14개의 콘서트를 선보였고, 이 중 가장 악명이 높았던 작품은 피아노를 전부 해체하여 잔해를 경매에 붙인 코너의 “피아노 활동들(Piano Activities)”이었다(Rhee, 2008). 여기서 그랜드 피아노는 그들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상징물이자 부르주아적 전통을 암시하는 고상하고 값진 오브제였다(Youn, 2012). 이는 피아노로 대표되는 클래식 음악과 기존 음악 제도에 대한 다다적 공격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동시기 독일 언론은 “정신병자들이 탈출했다”고 보도를 했다(Chin, 2013). 이후 1966년까지 스캔들을 불러일으켰던 런던, 파리, 코펜하겐, 베를린 등 유럽 전역에서의 콘서트를 통해 플럭서스는 그 전성기를 맞이하였다(Rene, 1990). 플럭서스는 점차 뉴욕과 독일 플럭서스로 발전하게 되면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 나갔지만, 리더 역할을 했던 마키우나스의 사망으로 플럭서스의 활동이 막을 내리는 듯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럭서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공연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였으며, 1982년에는 비스바덴 페스티벌의 20주년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이 솔로투른(Solothurn) 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해당 페스티벌은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서의 의미도 있었지만 플럭서스의 이론화 작업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르네 블록(Rene Block), 히긴스 등의 다양한 논고들과 그들이 모여 ‘플럭서스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를 가진 것은 플럭서스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에 큰 기여를 했으며, 향후 플럭서스의 이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Lee, 2002). 그 후 10년 뒤에 비스바덴에서 플럭서스 30주년 행사가 개최되었는데, 블록이 주도하였고, “플럭서스 다 카포(Fluxus Da Capo)”라는 제목으로 9월 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진행되었다. 1년 뒤 1993년에는 프리드만, 히긴스, 에이오(Ay-O), 코너, 앨리슨 놀스(Alison Knowles) 등 13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The SeOUL of Fluxus”라는 제목의 서울 플럭서스 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하였다(Chun, 2014).

2.3. 플럭서스의 특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플럭서스는 하나의 예술 사조라기보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들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임이기에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플럭서 스의 이론화 작업에 있어서 모든 작가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작업을 설명할 근거로 제시되는 플럭서스의 특성이 있다(Lee, 2006). 플럭서스의 특성을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히긴스로, 그는 1982년 『플럭서스: 이론과 수용』에서 플럭서 스의 특성을 9가지로 제시하였는데, 국제주의, 실험주의와 우상파괴주의, 인터미디어(Intermedia), 미니멀리즘 또는 응집성(Minimalism or concentration), 예술/삶의 이분법 해소, 함축성, 놀이 또는 익살, 순간성, 그리고 특수성이라 하였다. 그는 이어, 플럭서스 작품이 그 9가지 특성을 모두 만족시킬 필요는 없으며, 작품이 보다 많은 수의 특성을 충족시킬수록 더 플럭서스적이라고 주장하였다. 히긴스의 주장을 보완하여 프리드만은 1989년에 에밀리 하비(Emily Harvey) 갤러리에서 열린 “플럭서스와 친구들”이라는 전시회의 카탈로그에서 플럭서스의 12가지의 특성을 제시하였는데, 글로벌리즘, 예술과 삶의 통합, 인터미디어, 실험주의, 우연, 놀이정신, 단순성, 함축성, 예증주의 (Exemplativism), 특수성, 시간성, 그리고 음악성으로 제안하였다. 또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플럭서스=The SeOUL of Fluxus” 전시회의 기획자인 김홍희는 해당 전시를 토대로 출판된 논문에서 플럭서스의 특성을 9가지로 규정하였는데, 글로벌리즘(Globalism), 혁신주의, 우연, 인터미디어, 예술/인생 장르, 일시성, 재미, 간결성, 그리고 구체주의를 들었다. 그녀는 “단지 플럭서스를 총체적으로 생각할 때 이러한 개념들이 열거되긴 하지만, 이 개념들이 포괄적으로 작용할 때 플럭서스 예술의 성격이 규정되는 것이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이러한 특성이 플럭서스를 정의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님을 명시하였다.

Lee(2002)는 위의 세 사람의 플럭서스 특성을 종합한 후 이를 지향점과 양식이라는 두 가지 큰 범주로 분류하였고, 이 두 범주가 각각 4개의 요소를 포함하는 것으로 재정립하였다. 지향점의 범주에 해당되는 것은 국제주의, 우상파괴주의, 예술과 삶의 통합, 그리고 놀이 정신이며, 양식의 범주에 해당되는 것은 인터미디어, 미니멀리즘, 우연성, 그리고 일시성이라 하였다. 본 연구는 이 8개의 요소 중 다음과 같은 4개의 요소를 선택하여 포엘의 작품을 분석하는 틀로 사용하였는데, 그 선택된 요소들은 우상파괴주의, 예술과 삶의 통합, 놀이 정신, 그리고 우연성이며, 그 선택된 사유는 다음과 같다. 포엘이라는 한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 예술 사조의 전체를 특징짓는 국제주의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으며, 인터미디어와 미니멀리즘은 포엘의 작품에도 어느 정도는 드러나 있지만 선택된 다른 4가지 특성에 비해 뚜렷하지 않아 제외하였다. 또한, 포엘의 프레젠테이션도 일시성이라는 특징을 지니지만, 포엘이 아닌 대다수 디자이너의 패션쇼도 모두 일시적이며, 패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순간성을 함축하기에 분석 요소로 사용하지 않았다.

한편, 선택된 4가지 요소 중 하나인 우상파괴주의는 주류 예술과는 달리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활동으로, 다다부터 시작된 ‘반예술’을 표방하는 플럭서스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피아노를 파괴하고, 기이한 행위를 통해 전통적인 음악회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상식선의 악보가 아닌 ‘바이올린을 부숴라’, 또는 ‘종이를 찢어라’와 같은 명령이 적힌 악보를 작곡하는 것이 바로 우상파괴주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Young, 2011). 예술과 삶의 통합이라는 요소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으로,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 레디메이드, 일상 공간의 예술 공간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놀이 정신의 요소는 희극적인 것, 풍자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러 대상 혹은 대상과 상황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까지 포함한다. 아울러, 우연성의 요소는 말 그대로 작품의 제작 방식에 있어서 혹은 작품 자체에 우연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2.4. 플럭서스와 백남준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 미디어 아트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작품활동 초기에는 케이지의 영향 아래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플럭서스의 핵심적인 멤버로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퍼포먼스들을 기획했던 예술가였다. 그는 1958년 다름슈타트에서의 하기 강좌를 통해 케이지를 만났고, 당시의 파격적인 케이지의 강연 내용이 그를 매료시켰다(Shin, 2017). 1992년 한 인터뷰에서 백남준은 케이지를 알게 된 것이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onberg)에 이어 ‘제 2의 혁명’이라고 표현하였고(Jung & Lee, 2011), 1990년대의 “두 스승”이라는 작품에서 케이지를 스승의 반열에 올린 것으로 볼 때 케이지는 백남준의 예술 인생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었다(Jin, 2012). 이는 그의 공식적인 첫 번째 퍼포먼스에서 여과없이 드러나는데, 백남준은 뒤셀도르프의 22화랑에서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찬사: 테이프 레코더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Hommage to John Cage : Music for Tape Recorder and Piano)(1959)”을 선보였다. 이 공연에서 백남준은 각종 소리가 내는 우연적 효과에 주목하였는데, 이는 케이지가 추구했던 우연성과 비결 정성을 잘 보여주었다. 공연은 총 4악장이었으며, 테이프 레코더를 통해 여자들의 비명소리와 뉴스 보도 음성 등 복잡한 소음이 들리는 와중에 백남준은 난폭한 행위들을 하다가 결국은 피아노를 뒤엎어 버렸다(Yook, 2017).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습작(Etude for Piano forte)(1960)”은 프로토 플럭서스 시기의 가장 유명한 공연이었다. 백남준은 쇼팽을 연주하다가 관객으로 온 케이지의 셔츠와 넥타이를 가위로 자르고, 옆 자리의 다비드 튜더(David Tudor)의 머리에 샴푸를 붓고, 공연장을 뛰쳐 나가, 전화로 공연이 끝났음을 알렸다. 이를 통해 백남준은 전통적인 음악회를 파괴함과 동시에 서구 남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넥타이를 자름으로써 독일 라인란트(Rhineland) 지방의 ‘바이버파스트나흐트(Weiberfastnacht)’를 떠올리게 하였다. ‘바이버파스트나흐트’는 여성들이 분장을 하고, 남성들의 넥타이를 자르면서, 서구의 가부장제를 조소하는 오래된 전통이다(Shin, 2017). 이 후 백남준은 마키우나스와 그의 동료들과 함께 1962년 비스바덴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플럭서스의 설립 멤버가 되었으며, 미디어 예술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기 전까지 전위적인 다양한 작품들을 남겼다.

2.5. 캐롤 크리스찬 포엘(Carol Christian Poell)

포엘은 1966년 오스트리아 린츠(Linz)에서 태어났다. ‘거버레그레(Gerberlegre)’라는 가죽 제조 및 무역업을 하는 환경 아래서 성장하였는데, 이는 그가 가죽 가공 기술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Park, 2017). 그는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에 있는 ‘상공 아카데미 및 패션과 디자인 학교(The Senior Academy of Commerce and School of Fashion and Design)’를 졸업한 후에 거버레그레로 돌아가지 않고 독립을 하였다. 이후,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테일러링 기술뿐만 아니라 패션 디자인에 관한 교육을 받기 위해 그는 밀라노의 ‘도무스 아카데미(Domus Academy)’에서 패션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세르지오 시몬(Sergio Simone)을 만나 그의 레이블을 설립하였다(Cody, 2016).

1994년에 포엘의 첫 맨즈웨어 컬렉션이 발매되었다. 해당 컬렉션에서 그는 그의 이름으로 작업하거나 제대로 구색을 갖춘 컬렉션을 발매할 의사가 없었고, 단지 그가 자라면서 얻은 많은 가치들을 테일러드 재킷, 팬츠, 그리고 셔츠에 담아냈다. 현재까지도 본인이 만든 것은 재킷, 바지, 그리고 셔츠뿐이라고하는 그의 진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형성해 가는 디자이너임에 분명하다. 1995년 포엘은 자신의 이름으로 최초의 의도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해 패션계에서 재평가가 필요한 디자이너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고, 이는 그의 실험적인 섬유의 사용, 오브젝트 다잉(Object-dyeing), 그리고 독창적인 재단법에서 오는 것이었다(Park, 2017). 그의 해당 컬렉션은 많은 비전통적(Anti-current) 패션 하우스들에게 그들만의 독특한 미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 그는 1999년에 최초로 여성복에도 손을 뻗었는데,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억압 속에 사는 사람을 주제로 컬렉션을 전개하면서 남성복의 클래식한 요소를 여성복에 도입하였다(“Carol Christian Poell”, n.d.a). 해당 컬렉션의 룩북은 신체의 개별부분을 강조하였고, 모델의 전체 이미지가 아닌 단일 의복 중심의 이미지가 많았는데, 이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모델의 전체 착장 이미지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옷의 구매자에게서 개성이 달성되어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옷의 개인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옷은 자기표현의 한 수단임을 주장하였고, 그에게 있어서 모델은 단순히 볼륨을 위한 3차원 덩어리일 뿐이었다. 모델의 몸은 포엘의 시각을 투영하는 캔버스의 역할만을 할 뿐 미화의 대상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그의 룩북에서는 모델의 입, 눈 등 모델의 개성을 드러내는 부분은 가려져 있으며, 이는 당연히 개별 의류에 보다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주었다(Park, 2017).

포엘은 테일러링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재단, 소재, 심, 솔기 등의 가공법은 높은 수준을 보여주며, 특히나 재료를 다루는 방식은 그의 반미학적 철학을 잘 드러낸다(“Carol Christian Poell”, n.d.b). 그는 2000년도의 컬렉션인 “Best before 16/10/00”을 위해서 가죽 소재의 투명도를 높이기 위해 고대의 가죽 태닝 기술을 적용하였고(Matteucci & Marino, 2016), 2005년도에는 가죽 안쪽 부분에 동물의 피를 바르기도 하였다(“Carol Christian Poell”, 2013). 그는 피의 화학적 성분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가죽색의 톤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기에 그 방법이 가죽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그는 모직 대신 사람의 머리카락을 사용한 적도 있었고, 구두와 가죽 의류에 공업용 소재인 티타늄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하여 디자인하기도 하였다(Douglas, 2011). 그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일반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실험적이고 극도로 기술적인 작업이며, 구조적으로 독특하고 기괴한 디테일을 수반하기도 한다(Cecilia, 2012). 디자인에서 그가 관행을 따르지 않는 것과 같이 그의 프레젠테이션 또한 실험적인 모습을 보인다(Adrian, n.d.). 컬렉션의 파토스를 프레젠테이션에 녹여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는 전통적인 캣워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의 대표적인 아이템인 테일러드 재킷, 팬츠, 셔츠, 그리고 구두는 종종 괴상한 장소에 전시되는데, 그는 사회가 우리에게 부과한 구속과 억압을 표출하기 위해, 혹은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의 탐구를 위해, 그리고 현대의 주류 패션업계를 비판하기 위하여, 런웨이 무대가 아닌 개 사육장, 도살장, 영안실, 흐르는 강 등을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선택하였다(“Carol Christian Poell philosophy”, 2016).

2004 S/S 시즌에 밀라노 나빌리오 운하에서 전개된 “Mainstream-downstream”은 그의 가장 대표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그가 본 현 패션계의 상태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유행에 지나치게 편승하는 주류패션(Mainstream)은 무의 식적,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데에 대한 경고로, 그는 모델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운하의 수류를 따라 떠내려가는 퍼포먼스를 하게함으로써 패션계의 엘리트주의와 무비판적 순응성을 제거하는 데에 성공하였다(Judith, 2003).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포엘의 디자인과 프레젠테이션은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새로운 미감을 제시하고 비판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1950년대 후반부터 전개된 아방가르드 예술 집단인 플럭서스와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그는 극단적인 행위나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에게 감정적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플럭서스 예술가인 백남준과의 유사점을 지닌다. 포엘은 여전히 밀라노 나빌리오 지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비밀리에 작업을 하고 있으며, 매년 정기적으로 컬렉션을 발표하는 대신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에만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Dead-end” 컬렉션 이후 약 10년 동안 새로운 작업을 하지 않고 기존 컬렉션을 리스탁(Re-stock)하는 방식을 고수하던 그는 2019년 “In-between”이라는 새로운 컬렉션을 발매하였다.


3. 포엘과 백남준의 작품 분석 및 고찰

본 장에서는 앞 장에서 선택된 플럭서스의 4가지 특성인 우상파괴주의, 예술과 삶의 통합, 놀이 정신, 그리고 우연성이 백남준의 작품 사례와 포엘의 디자인과 프레젠테이션 사례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어서 백남준과 포엘의 작품의 비교·분석을 통하여 두 사람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도출하였다. 분석의 대상 자료로는, 백남준의 경우, 프로토 플럭서스 시기와 본격적인 플럭서스 활동 시기의 대표작인,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한 가지(1962)”,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습작(1960)”, “앨리슨을 위한 세레나데(1962)”,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찬사(1959)”, “영 페니스 심포니(1962)”, 그리고 “음악의 전시회: 전자 텔레비전(1963)”이며, 포엘의 경우, 그의 다양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프레젠테이션인 “Mainstreamdownstream”, “Best before 16/10/00”, “Public freedom”, “Traditional escape”, “Slaughter house showroom”, 그리고 “Squartter”가 사용되었다.

3.1. 우상파괴주의

우상파괴주의는 플럭서스를 다른 예술 사조와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플럭서스 예술가들은 기존의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들을 감행하였는데, 이는 미술, 음악, 영화, 퍼포먼스, 메일, 그리고 선언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다(Kim, 2012). 즉, 우상파괴주의는 주류 예술과는 달리 형식이나 내용면에 있어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활동을 의미하는데, 백남준의 퍼포먼스는 이 특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습작(1960)”과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한가지(1962)”는 전통적 음악회라는 우상을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체시켰다.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습작(1960)”은 프로토 플럭서스 시기의 백남준의 작품으로, 쇼팽의 피아노곡 발라드 B장조를 한 소절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그는 갑작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피아노를 일부러 서툴게 연주하고는 피아노 연주를 중단하였다. 그 후, 가위를 가지고 나와 관객으로 참여하였던 케이지의 셔츠와 넥타이를 자르고, 튜더의 머리를 샴푸로 감겼다(Image 1). 그는 다시 쇼팽의 녹턴 F장조를 연주하며 테이프 레코더를 작동시켰다. 잠시 후 그는 피아노 위에 누웠다가 피아노 위에 올라 발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마침내 옆에 있는 흑판 위에 ‘당신은 신사인가요?’라고 쓴 다음 공연 장 밖으로 나가 한 주점에서 공연장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음악회가 끝났음을 알림으로써 그 퍼포먼스는 막을 내렸다.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한 가지(1962)”는 뒤셀도르프 카머스필레에서 열린 “음악 안의 네오-다다” 공연의 한 퍼포먼스였다. 정적이 감도는 공연장에서 그는 갑작스럽게 바이올린을 선반 위에 내려쳐 부수는 행위를 통해 시공간을 극도로 응집시키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Image 2).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음을 통해 바이올린이 깨지는 사건을 강조함과 동시에 하나의 소리를 이끌어내는, 즉, 무음악과 소음의 음악적 가능성을 제시한 퍼포먼스였다(Bae, 2014). 백남준은 위의 두 작품을 통해 전통적인 음악회라는 우상을 완전히 파괴하였다. 특히, 서구의 가장 대표적인 고전 악기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피아노 위에서 발을 구르고 눕는다던 지, 바이올린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행위를 통해 이제까지 우상화되었던 클래식의 고고한 아우라를 제거하였다. 특히,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는 행위는 주목할 필요성이 있는데, 넥타이는 서구 남성의 상징이기에 넥타이를 자르는 그의 행위는 서구적 사고에 도전함과 동시에 남성 중심,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보여준 것이었다(Lee, 2002).

백남준의 이러한 퍼포먼스는 포엘이 패션업계에서 행하고 있는 역할과 유사하다. 우선, 포엘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밑위가 두 개인 팬츠, 앞 중심선에서 버튼이 어긋나있는 셔츠는 기존의 디자이너의 의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디테일이며(Image 3, 4), 공업용 소재인 티타늄을 옷의 디자인에 사용했다는 점을 볼 때 이는 우상파괴주의와 관련이 깊다(Image 5). 포엘은 남성의 넥타이를 사람 머리카락으로 대체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는데(Image 6), 백남준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서구 남성의 권위를 머리카락이라는 소재를 통해 희화화함으로써 플럭서스의 또 다른 특성인 놀이 정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상파괴주의적인 속성을 드러냈다. 프레젠테이션 측면에서 보면, 2000년의 컬렉션인 “Best before 16/10/00”은 바이어와 프레스를 패션쇼장이 아닌 영안실로 초대한, 기존 인습에 반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우상파괴주의의 특성을 잘 드러낸 사례였다(Image 7). 해당 프레젠테이션에서 모델들은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얼굴까지 옷으로 덮여 있는 상태로 시체처럼 누워있을 뿐이었다. 또한 01/02 F/W 시즌의 “Public freedom” 또한 일반적인 런웨이 무대가 아닌 개 사육장에서 모델들의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본인의 옷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의 우상파괴주의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Image 8). 마지막으로, 포엘의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악명이 높은 프레젠테이션인 04 S/S 시즌의 “Mainstream-downstream”은 프레젠테이션의 제목부터 기존의 인습에 반하는 성격을 드러내고 있는데, 일반적인 패션쇼에서의 모델들의 자발적 캣워크와는 대조적으로 모델들은 흐르는 수류에 몸을 맡긴 채 포엘의 옷을 입고 수동적으로 부유할 뿐이었다(Image 9).

Iconoclasm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백남준은 전통적인 음악회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음악회를 선보이면서, 서구 음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파괴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그의 행동은 우상파괴주의의 특성을 보인다. 포엘 역시 일반적인 패션계에서는 쓰이지 않는 디자인과 소재를 사용하고, 전통적인 런웨이 대신 실험적이고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임으로써 캣워크라는 우상을 파괴한다. 백남준과 포엘 모두 작품 속에서 우상파괴주의적인 특성을 보였지만, 그들 사이의 차이점으로는, 백남준의 경우는 고전 악기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내용적 측면과 관련이 있으며, 포엘의 경우에는 옷의 독특한 패턴이나 낯선 프레젠테이션의 장소가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형식적 측면에 보다 치우쳐 있다.

3.2. 예술과 삶의 통합

예술과 삶의 통합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없애는 것으로, 레디메이드 작품이나 혹은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일상성을 획득하는 것도 포함된다. 앞서 언급된 백남준의 작품인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습작(1960)”은 전통적인 음악회를 전복시켰다는 점에서는 우상파괴주의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관객으로 참여했던 케이지와 튜더에게 행위를 가했다는 점에서는 예술과 삶의 통합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Image 1). 또한, 백남준의 첫 개인전인 “음악의 전시회: 전자 텔레비전(1963)”에서는 관객으로 참여했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가 아무런 사전 약속도 없이 그의 작품을 도끼로 산산조각 내었다(Image 10). 백남준은 보이스의 돌발행동에 극찬을 보냈으며 다른 관객들도 또 하나의 작품이 되어버린 산산조각난 피아노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보며 작품을 관람했다고 한다(“Exposition of Music”, 2009). 예술의 영역과 관람의 영역이 철저히 구분되어 있던 동시대의 일반적인 예술과는 달리 백남준의 퍼포먼스는 관객을 예술의 일부로 끌어들이면서 예술과 일상의 이분법을 해소시켰다.

포엘의 디자인 중에서는 실버 액세서리에서 예술과 삶의 통합이라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일반적인 쥬얼리 형태가 아닌 나침반, BIC 볼펜, 구두 주걱, 면도칼, 핀 등 일상의 다양한 사물들의 모습을 본 뜬 쥬얼리를 디자인하였다(Image 11). 프레젠테이션 측면에서 보면, 07/08 F/W 시즌의 “Disjointed”는 일상적인 욕조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는 포엘의 컬렉션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그의 작품이 별도의 예술적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02 S/S 시즌의 “Traditional escape”는 패션계 내의 지배구조를 깨부수려 한퍼포먼스로, 밀라노에 위치한 포엘의 오피스에서 모델들이 눈을 가린 채 창문으로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상을 무대로 벌어지는 예술 활동을 보여주었고(Image 12), 04 S/S 시즌의 “Mainstream-downstream” 또한 컬렉션을 위해 구축된 런웨이 장소가 아닌 밀라노 사람들의 일상적 공간인 나빌리오 운하에서 일종의 행위 예술을 선보인 것이었다(Image 9).

Unity of art and life

위의 작품 사례들을 볼 때, 백남준과 포엘은 모두 예술과 삶의 통합 지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백남준의 경우,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습작”과 “음악의 전시회: 전자 텔레비전”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관객을 예술의 일부로 참여시킴으로써 관객 참여 예술이라는 해당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반면, 포엘의 경우, 관객(고객)을 작품에 끌어들이기 보다는 레디메이드, 즉 일상 사물을 그대로 작품화하거나 아니면 작품(프레젠테이션)의 진행 장소를 일상적 공간으로 선택한다. 백남준의 작품은 예술 공간과 일상 공간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는 플럭서스의 두 번째 특성을 잘 반영하지만, 포엘은 단순히 일상 사물이나 일상 공간을 예술적 상황에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다소 1차원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예술이 대중들과는 철저하게 유리되어 자신만의 영역을 유지하고, 그 공간도 일상의 공간과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음을 볼 때, 백남준과 포엘의 작품은 예술과 삶의 통합과 관련하여 분명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3.3. 놀이 정신

놀이 정신은 플럭서스를 다다와 구별해주는 하나의 판단 근거로, 다다의 경우가 ‘부정’에서 비롯된 풍자라면, 플럭서스의 경우는 ‘긍정’에 기반을 둔 유쾌한 놀이를 주요 특징으로 한다(Lee, 2002). 플럭서스의 놀이 정신은 희극적인 것으로 인한 풍자는 물론, 초현실주의에서 사용하는 데페이즈망, 즉, 사물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생경한 감정을 자아내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백남준의 “앨리슨을 위한 세레나데(1962)”는 놀이 정신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작품으로(Image 13), 해당 퍼포먼스에서 앨리슨 놀즈는 흰 블라우스, 수수한 스커트, 검은 스타킹과 안경을 착용한 가장 보수적인 차림으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곧이어 벌어진 그녀의 행위는 차림새와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9가지의 하의 속옷을 차례로 벗어서 관객들에게 건네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여기서 놀즈의 행위가 우스꽝스러운 이유는 그녀의 보수적 외모와 에로틱한 행위가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또한, “영 페니스 심포니(Young Penis Symphony)”는 1962년에 작곡되어 1987년에 쾰른의 예술협회에서 최초 공연된 작품이었다(Image 14). 10명의 남성이 뒤로 돈 채, 첫 번째 남성부터 자신의 성기를 종이 벽에 꽂는 해프닝으로, 백남준 특유의 에로틱한 희극성을 통해 음악과 ‘성(性)’을 결합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포엘의 경우, 쥬얼리 디자인에서 플럭서스의 놀이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엘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사람안구 형태의 반지와 목걸이는 ‘눈’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손과 목에 위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기괴하면서 낯선 감정을 자아낸다(Image 15). 유사한 경우로, 사람의 이 형태를 그대로 본 떠 만든 포엘의 목걸이 역시 동일한 감정을 전달한다(Image 16). 또한, 01/02 F/W 시즌의 “Friend”라는 가방은 박제된 새끼 돼지를 그대로 사용하여 만든 작품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대상이 교묘하게 결합된 형태여서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Image 17). 그는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애완용으로 동물을 기르지만, 결국은 일종의 액세서리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돌리기 위해 해당 작품을 만들었으며, 동물들의 생물학적 요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본연의 모습은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Carol Christian Poell”, 2019). 우상파괴주의의 특성에서 사례로 제시했던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넥타이 또한 놀이 정신이라는 특성을 보여준다(Image 6). 프레젠테이션 분야에서는 우선 2009년 ‘도무스(Domus)’ 잡지에 실린 도살장 컨셉의 쇼룸을 들 수 있는데(Image 18), 도축된 고기를 걸어 두는 도살장의 갈고리에 포엘이 디자인한 옷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된 관람자들은 불합리한 상황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였다. 또한, 포엘은 2014년 광주에서 열린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주제의 비엔날레에 “Squartter”라는 작품을 출품하였다(Image 19). “Squartter”는 태닝한 말가죽과 실제 말의 갈기, 치아와 같은 부분들을 조합하여 만든 말의 형상이 잡음을 내는 오래된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으로, 말이 텔레비전을 본다는 부적합한 연출로 아이러니한 상황을 제시하였다. 포엘의 “Squartter”는 사람이 아닌 특정 대상이 텔레비전을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백남준의 “TV 부처(1974)”와 유사하다(Image 20). TV를 바라보는 주체인 부처와 화면 속에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객체로서의 부처가 동시에 존재하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폐쇄회로를 통해 다룬 백남준의 작품처럼, “Squartter”도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 대한 작품이었다. “Squartter”는 포엘의 말가죽 제품을 착용한 사람들에게 가죽의 우수성,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라는 대상이 포엘의 의류에 있어서는 가죽 소재의 형태이며 객체로서 존재하지만, 동시에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주체로서의 가능성도 있음을 암시한 것이었다. 즉, 포엘은 그의 가죽 재킷을 착용한 사람이 “Squartter”를 바라봄에 있어서 옷의 소재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 말이 가죽 재킷이 되고 가죽 재킷이 다시 말이 될 수 있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 대해 관람자들이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백남준과 포엘 모두 특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기존 예술이나 패션의 진지한 모습 대신에 희극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 백남준이 그의 작품에 성적인 요소를 도입하여 당혹감과 웃음을 유발한다면, 포엘의 경우는 데페이즈망, 아이러니, 부조리와 같은 개념들을 그의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에 담아 관객들에게 낯선 감정을 부여한다. 놀이 정신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혹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낯설음으로 기존 예술의 진지한 형식주의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다다의 반예술을 긍정적으로 실천하는 플럭서스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3.4. 우연성

우연성은 우연적인 작품 제작 방식이나 퍼포먼스 내의 다양한 요소들의 우연적 결합을 의미한다. 백남준의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찬사 : 테이프 레코더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1959)”은 우연성을 보여주는 백남준의 대표적인 작품이었다(Image 21). 뒤셀도르프의 22화랑에서 벌어진 해당 작품은 백남준의 공식적인 첫 공연으로, 백남준은 각종 소리들이 만들어 내는 우연적인 효과에 집중하였다. 녹음기에서 베토벤 교향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이 흘러나오는 동안, 그는 살아 있는 닭을 풀어주고, 오토바이를 등장시켜 소음을 발생시켰다. 또한, 계란과 유리잔을 깨뜨리고, 사이렌 소리, 복권당첨 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혼합시켰다. 백남준은 이러한 우연적인 소리들과 행위의 결합을 통해 공간 속에서 청각적이고 시각적인 복합 콜라주를 이루어내고자 하였다(Cheon, 2011). 뿐만 아니라 “음악의 전시회: 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백남준이 선보인 “장치된 피아노(Prepared piano)”에는 장난감, 난방 배기장치, 라디오 필름 프로젝터, 그리고 다양한 기구들의 스위치가 설치되어 있었다(Image 22). 특정 건반을 누르면 헤어드라이어에서 바람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건반을 누르면 발밑의 모터가 작동하기도 하였다. 즉,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한 우연한 곡들이 연주되도록 장치되어 있는 피아노는 다다의 뒤샹과 케이지가 추구했던 ‘우연과 콜라주’의 미학을 구현하고 있었다(Youn, 2012).

Playfulness

포엘은 본인의 옷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해달라는 인터뷰에서 ‘accidental(우연적인)’, ‘ironic(역설적인)’, 그리고 ‘strange(낯선)’라고 답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에 있어서 우연은 핵심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그의 아이코닉한 디테일로 자리를 잡은 러버 드립(Rubber-drip) 기법은 신발의 밑창뿐만 아니라 가죽 재킷, 가방 등 가죽 소재의 아이템에서 드러나는 디테일이다(Image 23). 라텍스에 작품을 담가 제작하기에 매번 다른 형태의 종유석과 같은 솔 형태가 만들어지며, 착용자들의 행동 습관에 따라 러버 드립의 디테일은 닳아 없어지면서 독특한 미적 기능을 수행한다(Adrian, n.d.). 또한, 가죽 제품의 제작 방식에 있어서는, 가죽에 염색을 한 후 변형을 가하여 완성품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일단 완성품을 만든 후전체를 염색하는 오브젝트 다잉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완성품의 구조적 특징에 따른 자연스럽고 우연적인 염색 효과를 얻게 되며, 앞서 언급한 동물의 피를 이용한 가죽 태닝 방식 역시 매번 동일하지 않은 우연적인 질감과 색감을 얻게 해준다. 아울러,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구두와 관련된 프레젠테이션도 포엘 작품의 우연적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Image 24).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여성 모델은 본인의 발 보다 훨씬 큰 알루미늄으로 만든 구두를 신고, 망치로 구두를 두드려 본인의 사이즈에 맞게 조절하였다. 따라서 해당 구두는 신을 때마다 형태가 달라지는 우연적인 효과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04 S/S 시즌의 “Mainstream-downstream” 역시 모델들이 미리 정해진 코스를 따라 나빌리오 운하를 떠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포엘의 옷 속에 구명조끼만을 착용한 채 수류에 따라 수동적으로 흘러가므로 우연적인 요소가 반영된 퍼포먼스였다(Image 9).

Chance

백남준은 작품의 내용적 측면에 주목하면서, 고전적인 음악과 소음이 혼합된 소리(청각)로부터 얻어지는 우연적인 효과에 집중하였다. 또한, 장치된 피아노를 통해 서구 클래식의 전통적인 12음계를 파괴하였고, 관객들이 연주하는 순간 예기치 못한 우연적인 경험을 얻도록 하였다(Lee, 2014). 반면 포엘은 작품의 제작방식에 있어서 매번 다른 형태가 얻어지는 러버 드립 기법, 혹은 착용방식에 있어서 신을 때 마다 본인의 사이즈에 맞게 조절하여 신는 알루미늄 구두와 같은 작품을 통해 시각과 촉각에서 오는 우연적인 효과를 강조하였다. 즉, 백남준과는 달리, 작품의 형식적 측면에서 우연적인 특성을 활용하고 있었다. 기존의 예술이 예술가의 영감에서 나오는 관념적인 작품이라면, 백남준과 포엘의 작품은 우연에 의해 완성된다.


4. 결 론

플럭서스 속의 백남준과 포엘은 예술과 패션이라는 각자의 분야에서 주류에 대항하는 반예술-반패션의 입장을 취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포엘의 작품 세계는 반미학적 태도를 보이고, 삶과 예술을 통합시키며, 우연적인 제작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다다’와도 많이 닮았지만, 하나의 응집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점, 다다의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보다는 희극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띤다는 점에서 플럭서스의 특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포엘의 작품과 플럭서스의 창립 구성원이자 핵심적 멤버였던 백남준의 작품을 비교·분석하되, 그 분석의 틀로는 선행 연구자인 이근용의 플럭서스의 특성 4가지를 바탕으로 하였다.

우상파괴주의라는 특성은 기존 예술의 내용과 형식에 반하여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는데, 백남준은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한 가지”와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습작”을 통해 전통 악기와 음악회의 개념을 파괴하였다. 포엘의 경우, 그는 일반적인 구조에서 크게 벗어난 패턴의 의류, 독창적인 소재의 사용 등을 통해 우상파괴주의적 작품을 보여주었고, “Best before 10/16/00”, “Mainstream-downstream” 등과 같은 실험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기존의 런웨이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미학을 추구하는 예술 사조의 특성상 우상파괴주의가 4가지 특성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 특성이 중심이 되어 예술과 삶의 통합, 놀이 정신, 그리고 우연성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 예술과 삶의 통합은 글자 그대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흐리는 것으로, 작품 속에서 관객과의 소통, 레디메이드, 혹은 일상적 공간에서의 예술 퍼포먼스를 통해 달성되고 있었다. 백남준은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습작”과 “음악의 전시회”를 통해 관객을 작품의 한 요소로 끌어들여 작품 영역과 일상 영역의 구분을 없앴고, 포엘은 일상 사물을 오마주한 작품을 제작하거나, 욕조나 본인의 오피스와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며예술과 삶을 뒤섞어 놓았다. 놀이 정신은 플럭서스가 다다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특성으로, 백남준은 “앨리슨을 위한 세레나데”, 그리고 “영 페니스 심포니”를 통해 자신만의 섹슈얼한 방식으로 희극성을 표현하였다. 포엘은 낯설고 불합리한 상황 설정을 통해 놀이 정신을 마음껏 드러냈는데, 인체의 일부를 이용한 작품과, 박제된 새끼 돼지 가방, 혹은 도살장 컨셉의 쇼룸 등이 대표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백남준은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찬사”, 그리고 “장치된 피아노”를 통해 다양한 소리들이 내는 우연적인 효과를 노렸다. 포엘은 러버 드립 기법, 알루미늄 구두와 같이 작품의 제작, 착용에 있어 우연적 효과를 노리는 작품과, “Mainstream-downstream”에서와 같이 필연적인 워킹이 아니라 수류에 따라 모델들의 경로가 결정되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우연성을 보여주었다.

포엘은 “Dead-end” 컬렉션 이후 리이슈(Reissue) 방식으로 작품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작품보다는 기존의 컬렉션을 반복적으로 생산해 왔고, 2019년에서야 “In-between”이라는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함으로써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의류를 판매하는 셀렉트 샵들과 마니아층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에 대한 패션계의 이와 같은 관심은 그의 작품과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미학적 정립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는 플럭서스를 다루되, 단순히 그 퍼포먼스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플럭서스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추출한 후 이를 바탕으로 특정 디자이너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과, 아방가르드 패션 중에서도 최전방에 위치한 포엘의 작품 세계를 플럭서스의 핵심 인물인 백남준의 작품과 비교·분석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디자이너 포엘과 관련된 국내의 선행연구 자료가 전무한데다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그의 성격으로 인하여, 옷의 제작방법이나 소재에 대한 정확한 고찰이 어려운 것이 한계점이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추후 아방가르드 패션, 특히, 소재와 테일러링에 중점을 두며 핸드크래프트(Hand-craft) 제작방식을 고수하는 아방가르드-아티저널(Artisanal) 패션 브랜드 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BK21플러스 의류패션 전문 창조 인재 양성 사업팀의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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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Iconocla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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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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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7. Best before 16/10/00. http://i.youku.com.

Image 8. Public freedom. http://thefashionspot.com.

Image 9. Mainstream-downstream. http://thefashionspot.com.

Table 2.

Unity of art and life

Unity of art and life
Paik
Image 1.Etude for piano forte (1960). www.ohmynews.com.

Image 10.Exposition of Music (1963). www.njp.ggcf.kr.
Poell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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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ation
Image 12. Traditional escape. www.pinterest.at.

Image 9. Mainstream-downstream. http://thefashionspot.com.

Table 3.

Playfulness

Playfulness
P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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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4.

Chance

Chance
Paik
Image 21.Hommage to John Cage (1959). http://njpac-en.ggcf.kr.

Image 22.Prepared Piano (1963). http://njpac-en.ggcf.kr.
Poell Design
Image 23. Rubber-Drip details. www.ink-clothing.com.
Presentation
Image 24. Aluminium shoes. www.pinterest.cl.

Image 9. Mainstream-downstream. http://thefashionspot.com.